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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은 트럼프에게로… 효과내는 문 대통령의 ‘로키’ 전략

입력
2018.05.01 20: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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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당초 회담 후보지에서 배제

한미 정상 통화후 낙점 분위기로

“文대통령이 北도 연락” 중재 부각

“노벨평화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 있을때마다 대북정책 칭송

두 정상간 신뢰 쌓여 ‘찰떡 공조’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까지 판문점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당초 판문점은 미국의 북미회담 후보지에서 배제됐지만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통화 직후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로키(low-key) 전략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언급한 것과 관련 “판문점이 분단의 가장 상징적 장소가 아니겠느냐”며 “분단을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 판문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명칭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며 판문점 낙점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당초 북미회담의 주체가 미국과 북한이라는 점에서 판문점을 드러내놓고 추천하진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장소로 콕 집어 판문점을 언급하자 고무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조력하며 북미 협상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향후 남ㆍ북ㆍ미 또는 남ㆍ북ㆍ미ㆍ중의 평화협정 및 종전선언에 한국의 발언권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의 기류가 바뀐 것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이후 판문점을 북미회담 장소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 때 북미회담 장소 두세 곳을 놓고 장단점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판문점 북미회담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도 이야기했고, 문 대통령을 통해서 북한과도 연락했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신뢰는 문 대통령의 로키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칭찬하며 한미 공조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지난 1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원칙과 협력 덕분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던진 북미회담 카드를 수락한 뒤엔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은 남북한 주민,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인의 칭송을 받을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나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두 사람 간의 돈독한 관계를 강조했다. 이날 미시간주에서 열린 유세집회에서는 “문 대통령이 모든 공을 나에게 돌렸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는 “노벨 평화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찰떡 궁합’은 미국의 적극적 관심과 동의 없이 진행하다 표류했던 과거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달리 11년 만에 맞은 이번 남북 대화 국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당초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했던 문 대통령이 몸을 낮춰 북미 회담의 ‘길잡이’, ‘징검다리’ 회담으로 남북 정상회담의 성격을 규정한 전략이 이전과는 달리 안정적인 한미동맹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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