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급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담판의 상징성을 감안해 판문점을 정식 거론하면서다. 제3국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여전하지만 촉박한 일정을 감안할 때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른 판문점은 매력적인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남북 정상이 평화·번영의 문을 열어젖힌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또 한 편의 감동 드라마를 만드는 장면을 기대해 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최근까지 싱가포르와 몽골로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가 좁혀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윗을 통해 “여러 나라가 회담 장소로 고려되고 있지만 남북한 접경 지역인 평화의 집·자유의 집이 제3국보다 상징성이 있고 영속적이지 않을까”라고 운을 뗀 데 이어 백악관 기자회견장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판문점을 언급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 일이 잘 풀리면 제3국이 아닌 판문점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상 통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 있었고 문 대통령을 통해 북한과 협의한 사실까지 공개했다.
판문점은 1976년 도끼만행 사건의 아픈 기억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기피하는 장소였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로 생중계된 남북 정상회담 장면을 통해 판문점이 갖는 한반도 분단과 화해의 상징성을 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돌렸을 법하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남북 정상이 시동을 건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상을 이어받아 완성하기에 판문점은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됐듯이 판문점은 서울과 평양에서 차량으로 접근하기 쉬운데다 비무장지대라서 경호·경비가 수월한 이점도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는 무엇보다 비핵화 회담 성공을 담보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누구보다 흥행 효과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시적 성과물에 자신이 없다면 상징적 장소로 판문점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을 선언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실로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매우 마음이 열려 있고 솔직하다”고 김 위원장을 평가한 뒤 “개인적으로 큰 성공작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전망해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