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켈리 미 백악관 비서실장이 또 한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설에 휩싸였다. 전현직ㆍ 관료들은 켈리 실장이 임기 1년을 채우는 오는 7월 경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일(현지시간) NBC는 8명의 전ㆍ현직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켈리 실장이 백악관 참모들에게 자신을 미국을 재앙에서 구하는 ‘외로운 방어자(lone bulwark)’로 묘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멍청이(idiot)’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켈리 실장은 의원들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았는데, 한 회의에서 “그는 다카(불법이민청년 추방 유예ㆍDACA)가 뭔지도 모른다. 그는 멍청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백악관에 입성한 켈리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모든 정보를 자신이 통제하고,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하는 등 백악관 ‘군기 반장’ 역할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움직임을 상당히 경계해왔다. 최근 개인 휴대폰 사용을 늘린 것도 켈리 실장을 거치지 않고 백악관 외부인과 소통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켈리 실장이 일부 외교, 군사 문제 등과 관련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것도 미운털이 박힌 이유로 꼽힌다. 한 예로 켈리 실장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시작 전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강하게 반대하며 단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켈리 실장이 조만간 경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BC는 “전ㆍ현직 백악관 관계자들은 7월쯤 켈리가 백악관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해 단순 추측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켈리 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에게 질렸다는 건 확실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화설은 지난 3월 경질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을 떠올리게 한다. 틸러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이라고 불렀다가 트위터를 통해 해고 당하는 모욕을 겪었다.
한편 켈리 실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불화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켈리 실장은 “완전히 헛소리”라며 “누구보다도 대통령과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 우리는 솔직하고도, 튼튼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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