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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서울 시민 사로잡은 스타는 기생 출신 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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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서울 시민 사로잡은 스타는 기생 출신 가수들

입력
2018.05.01 16:3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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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부민의 여가생활’ 발간돼

선술집서 막걸리… 카페선 양주

영화 관람도 대표적 문화 생활로

1930년대 경성의 제일악기점(왼쪽)과 조선축음기상회.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30년대 경성의 제일악기점(왼쪽)과 조선축음기상회.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30년대 경성엔 음주문화가 유행했다. 당시 '바론카페'(왼쪽)와 '본정바'의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30년대 경성엔 음주문화가 유행했다. 당시 '바론카페'(왼쪽)와 '본정바'의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30년대 일제강점기 서울엔 기생 출신 가수들의 노래가 대중가요 시장을 점령했고 영화 관람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선술집에선 막걸리를, 카페에선 양주를 마시며 생활의 고단함을 털어내는 등 ‘경성 사람’들의 여가 생활은 현대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일제강점기 서울 사람(경성부민)들의 여가 생활을 대중가요, 영화 관람, 음주 문화 등 유형별로 조명한 연구서 ‘일제강점기 경성부민의 여가생활’을 발간했다고 1일 밝혔다.

김우철 서울역사편찬원장은 “1930년대 천태만상의 여가 생활을 들여다봄으로써 근대성과 식민지성이 혼재되어 형성된 우리 일상 생활의 변화상을 추적하고 나아가 2,000년 서울 역사 체계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라고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에는 3ㆍ1 운동을 기점으로 다양한 여가 시설이 생겼다. 위기에 봉착한 조선총독부가 조선인 ‘교화’를 명목으로 공원, 도서관, 운동장 등 공공 시설과 극장, 영화관 같은 관람 시설을 확대했다. 카페, 바, 주점, 음식점 등 유흥 시설과 경마장, 마작장, 당구장, 골프장 같은 오락 시설의 수도 이 당시 대폭 늘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여가 생활에 차이가 난다는 점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음반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음악 녹음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을 갖추지 못한 조선 회사가 일본 본사에 의존하는 식민적 구조였다. 일본 본사와 조선을 연결하는 레코드 회사 간부는 일본 유학파거나 문학에 조예가 깊은 지식인들이었는데, 그들은 일본 제국에 의해 만들어진 조선인의 ‘슬픈 이미지’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1930년대에는 기생 출신 가수의 노래들이 인기를 끌었다. 음악적으로 잘 훈련돼 있을뿐더러 기생이 가지고 있는 전근대적 이미지와 섹슈얼리티적 시선이 투사된 결과였다고 연구서는 분석했다.

지금과 같이 영화 관람이 대표적인 문화 생활로 떠오른 것도 이 때부터다. 영화를 보는 일은 근대 테크놀로지의 경이로움을 경험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기생, 여학생, 기혼 여성이 영화 관람의 주체로 등장한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음주 문화는 이용자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그 양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선술집은 후미진 골목에 위치했고 요릿집과 카페는 번듯한 건물에 입주해 근대적 시설을 구비했다. 선술집에선 막걸리를, 재즈와 일본어가 넘쳐 나던 카페에선 양주를 마셨다.

외식 문화가 ‘행복한 가정’의 표상처럼 여겨지기 시작한 때지만 대다수 조선 사람들에게 외식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상류층 극소수만이 요릿집에서 외식을 즐겼고 서양 음식점과 백화점을 드나들며 근대 문명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강 수영장은 그 때나 지금이나 여름 피서지로 각광을 받았다. 겨울에는 스케이트장과 낚시터로 변신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도교, 뚝섬, 서빙고 수영장은 하루에 2만∼3만명이 찾을 정도였다.

연구서 일제강점기 경성부민의 여가생활은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서울시 시민청의 ’서울책방’에선 구매도 가능하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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