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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검사하면 끝… 부모와 자녀 함께하는 시간 ‘하루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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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검사하면 끝… 부모와 자녀 함께하는 시간 ‘하루 13분’

입력
2018.05.01 15:3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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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늘어 학원 보내 ‘관리’ 탓

학원 등서 공부시간은 190분이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숙제 검사 받는 거요.” 하루 동안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에 무얼 하냐는 질문에 초등학교 5학년 정모(11)군이 내놓은 답이다. 정군은 평소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학원은 뉘엿뉘엿 해가 질 때쯤인 오후 6~7시는 돼야 끝난다. 정군의 부모는 학원이 마치는 시간보다 1~2시간 늦게 귀가한다. 정군은 “엄마, 아빠가 집에 와도 ‘학교 숙제는 했느냐, 학원 진도는 잘 따라가고 있느냐’고 물어보세요. 엄마, 아빠와 하는 대화는 이게 전부에요. 나머지 시간에는 숙제를 해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가정의 달인 5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571명을 대상으로 ‘하루 일과’를 분 단위로 측정해본 결과, 참여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13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학교가 아닌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190분’에 달했다. 재단의 ‘아동행복지수’ 기준 권장 공부시간인 ‘92분’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긴 시간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맞벌이’가 꼽힌다. 맞벌이 부부는 자신들이 직장에 있는 시간 동안 자녀들이 ‘관리’되지 않을까, 학원 등에 보내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가정에서 자녀와의 대화도 정군 부모처럼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모자란 부분을 점검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이정주(47)씨는 “평소에 대화를 나누질 않으니 대화를 나눌 소재가 학교나 학원뿐”이라며 “함께 있어주지 못해 학원을 보낸다는 죄책감을 더는 차원에서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맞벌이 부부는 전체 가구 중 46%를 차지해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부모가 “다른 방도가 없다”고 하는 사이에, 부모와 대화로 풀어야 할 자녀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점이다. 중학교 3학년 양모(15)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얘기를 안 해서, 어른과 상의해야 할 문제도 혼자 고민하고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김은정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소장은 “자녀들이 ‘평소 행복을 느끼는 장소’로 ‘집(38%)’을 가장 많이 선택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녀들은 집에서 부모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갈구한다는 것이다. 일주일 2번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등 ‘가족 규칙’을 만들어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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