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철거 장면 언론에 공개…北도 대남 확성기 철거포착
군 당국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1일 최전방 지역의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에 착수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운용하는 국군심리전단은 확성기 제작업체의 안내를 토대로 순차적으로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부전선인 경기도 파주시 한 최전방 부대의 고정식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해체작업에는 심리전단 요원과 제작업체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확성기 제작업체 관계자들이 방음벽 앞에 설치된 가로 240㎝, 세로 152㎝ 크기의 확성기에 다가가 케이블 커넥터를 분리하고 드라이버로 너트를 푸는 등 빠른 손놀림으로 스피커 확장판과 스피커 혼, 철제 받침틀 등을 차례로 분리했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래 살벌하게 유지돼온 남북대결의 현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북 확성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데 1시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철거된 확성기는 스피커 32개로 구성되며 전파거리는 10∼20㎞(가청거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다.
또 2016년 초부터 하루 8시간 방송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간 방송기술 격차가 벌어져 우리의 방송음이 북측의 대남방송 소리를 압도했고 내용도 시사뉴스와 신세대 트로트, 대중음악, 날씨정보가 주류를 이룬데 반해 북측은 한·미간 이간질과 남한사회 분열, 체제 우월성 선전 등에 주력했다.
남측에서 심리전단 요원들이 확성기를 해체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가운데 강폭 3.5㎞ 너머에 있는 황해북도 개풍군 림한리 지역은 짙은 안개로 북한군의 움직임을 관측하기는 힘들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기로 한 이날 북한도 최전방지역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늘 우리 군이 확성기를 철거하는 상황인데 오전부터 북측을 주시한 결과, 오늘부터 북한군도 전방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군은 지난달 23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제적으로 중단했지만, 확성기 방송시설을 먼저 철거하기 시작한 쪽은 북측이다.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기로 한 것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30일 "우리 군은 5월 1일부터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군사분계선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돼 있다.
군 당국의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첫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셈이다.
군 당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40여대의 고정식·이동식 대북 확성기를 운용해왔지만, 현재는 가동 중단 상태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이에 호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멈췄다.
군 당국은 차량형 이동식 확성기를 철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식 확성기를 모두 철거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우 대부분 고정식 확성기를 운용하기 때문에 철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군 당국이 철거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은 국군심리전단이 보관하게 된다. 군은 대북 확성기를 훈련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시작돼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시설도 철거했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재개해 최근까지 가동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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