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근 대한항공 본사에서 회의 중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광고업체 팀장에게 유리컵을 던지고 음료를 뿌린 특수폭행 혐의다. 조 전 전무는 일본 등 해외 언론까지 포함된 취재진을 향해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사건 이후 잇따라 공개된 음성파일, 동영상 등을 보면 조현민만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이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상습적으로 이런 행패를 부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이사장도 내사 중이라고 한다.

사건 이후 대한항공 직원들은 집단 제보를 이어 가며 총수 퇴진 성명까지 냈다. 시민의 공분도 커지고 있다. 재계의 고질병 같은 대기업 총수 일가 갑질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조현민을 포함해 조 회장의 2녀 1남 자녀들은 대주주 가족이라는 이유로 공정한 경쟁 없이 입사한 뒤 고속 승진해 임원 자리를 여럿 꿰찼다. 주식회사를 개인기업처럼 여기고 직원을 하인 부리듯 하는 특권의식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공정위가 밝힌 대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하게 이득을 챙겨 갔고, 관세를 내지 않고 고가품들을 상습적으로 들여왔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외국 국적으로 국내항공사 등기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모두 엄연한 불법ㆍ탈법 행위다.

재벌 일가나 임원들의 갑질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재벌 총수 자녀의 폭행 사건은 잊을만하면 불거지고, “우리 딸이 대학에 들어갔는데 차가 없다”며 하청업체에서 외제 승용차를 선물로 받은 한 건설회사의 갑질 사례는 혀를 차게 만든다. 대한항공만 해도 3년 전 ‘땅콩 회항’으로 지금 같은 홍역을 치렀고 결국 조현아 당시 부사장이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도덕이라도 갖출 것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 당국의 감시와 처벌도 중요하지만 국민연금 등 지분율 높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재벌 일가의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 부당한 경영 행태에 대한 내부 고발을 더 수월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절 메시지처럼 “노동이 제도에 의해 또는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홀대받고 모욕받지 않는 세상”이 되려면 더 이상 이번 조현민 사건 같은 재벌 일가의 횡포가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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