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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처 이기주의 극복하려면

입력
2018.05.01 14:5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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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이기주의는 어느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부처간 이견이 있으면 조그만 변화도 어려운 게 우리 현실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정부혁신 7대 핵심과제에도 기관간 장벽을 허물어 협력정부를 구현한다는 계획이 있다. 세부계획은 부처 이기주의 약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부처 이기주의는 없앨 대상이 아니라 상수로 보고 그 안에서 우리의 문제해결 구조를 바꾸는 것이 옳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변화하는 국가는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도태된다. 어떻게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변화할 수 있을까.

일단 생각할 수 있는 해결사는 청와대이다. 그러나 청와대엔 각 수석별로 소관이 있어 부처간 다툼은 대체로 수석비서관간 다툼으로 귀결된다. 청와대는 대통령 공약 사안은 쉽게 결정해 주나 수석간 이견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쟁점마다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도 부담이다.

국회도 해결사가 될만하다. 그러나 행정부내 합의가 국회에서 재검토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행정부 논의에서 패자가 된 부처는 국회에서의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꾼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에선 부처 갈등이 재연된다. 다른 상임위와의 이견으로 법사위나 본회에서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물관리 일원화는 작년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ㆍ신설은 벌써 8년째 국회통과를 못하고 있다.

부처간 이견이 청와대나 국회로 가기 전에 전문가 도움으로 해소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문제해결 능력은 커질 것이다. 문제해결의 시작은 국익을 목표로 한 전문적 판단이다. 누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행정부내 조정기능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이 수행한다.

부처 이기주의 첫째 유형은 칸막이 행정이다. 다른 부처 일엔 관심 없고 내 일만 한다는 태도다. 정부가 협업으로 가장 강조하는 유형이다. 이는 행안부와 국무조정실의 조정(調整, coordination) 노력에 의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처 이기주의는 아래의 두 유형으로서 누군가 결정을 내리거나 합의를 위해 조정(調停, mediation)해야 하는 유형이다.

둘째 유형은 관할다툼이다. 신설 업무는 부처에게 빠른 승진과 더 큰 영향력을 의미한다. 물관리 일원화, 가상화폐가 최근의 사례이다. 2000년에는 두 부처가 거의 같은 내용의 전자정부법을 국회에 상정시킨 경우도 있었다. 관할 다툼은 결국 예산사업으로 귀결되므로 일단 기재부가 예산편성 과정에서 해결사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부의 조직‧기능을 다루는 부처는 행안부다. 아쉽게도 행안부는 부처의 관할다툼에 판정을 내릴 의지도, 힘도 부족하다. 지금의 행안부는 정해진 기능 안에서 과 단위가 필요한지, 정원이 확대되어야 하는지 등 지엽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해당 기능이 정부에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부처간 어떻게 역할분담 할지를 판단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결정을 위한 법적 추진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유형은 부처간 지향점의 차이에 따른 이견이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해 찬성했으나, 보건복지부는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진다며 반대했다. 이 경우에도 누군가 결정을 내려 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경제기획원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가진 중립적 심판으로서의 기능은 많이 약화된 느낌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청와대가 부담을 모두 지게 되어 변화는 어려워진다. 총리실은 이러한 결정을 위한 추진체계를 담당하면 될 것이다.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국면이 끝나면 결국 경제가 문제가 될 것이다. 청와대는 총리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중앙관리 기구를 국정운영에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들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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