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30일(현지시간)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 차단 조치에 항의하며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집회 참가인원만 1만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지 RBC통신 등에 따르면 자유주의 성향 정당인 ‘러시아 자유당’이 주관한 이날 시위의 참가자들은 오후 2시쯤부터 모스크바 시내 북쪽 거리에 모여 1시간가량 가두 행진에 나섰다. 오후 3시부터는 사하로프 광장에 집결, 당국의 인터넷 사용 제한, 텔레그램 차단에 항의하는 집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에만 1만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러시아 미디어ㆍ통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Roskomnadzor)’의 해체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제한 ▦온라인상 교신 감시를 허용하는 형법 조항 폐지 등을 요구했다. 자유주의 성향인 야당 정치인 그레고리 야블린스키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등도 이날 집회에 참석했다. 해외 체류 중인 텔레그램 창설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파벨 두로프도 이날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브콘탁테’에 글을 올려 “수천명의 젊은이와 진보적 시민들이 현재 모스크바에서 인터넷 자유를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당신들의 에너지가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독려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는 지난 16일부터 로스콤나드조르가 법원 판결을 이유로 텔레그램 차단 조치를 취한 데에서 비롯됐다. 텔레그램사가 메시지 암호 해독 키를 제공하라는 연방보안국(FSB)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자 관련 메신저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당국은 이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의 SNS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현지에서는 “통신의 자유를 훼손한 것이자, 언론 검열을 강화하려는 탄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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