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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 끈다니 살맛 나" 주민들 함박웃음… 땅값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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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 끈다니 살맛 나" 주민들 함박웃음… 땅값도 들썩

입력
2018.04.30 19: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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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내 유일 민간거주지

대성동 주민 “생활 환경 좋아질듯”

관광객 북적… “지금만 같았으면”

초토화된 상권 살아날까 기대감

파주ㆍ고성 등 토지 거래 문의 쇄도

[저작권 한국일보]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29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을 관측하거나 사진을 담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29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을 관측하거나 사진을 담으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30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이 북녘땅을 바라보기 위해 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30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관광객들이 북녘땅을 바라보기 위해 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이종구 기자

“남과 북이 서로를 헐뜯는 확성기 방송 소음에 여름에 창문도 못 열어 놓을 정도였는데,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됐네요.”

군 당국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대북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기로 한 30일 경기ㆍ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파주 대성동 마을의 김동구(49) 이장은 “확성기 방송 소음에 정상 생활이 불가능했는데, 이제 진정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같다”며 “주민들 모두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안도했다.

이날 찾은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임진각에는 예년보다 2배가량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임진각에는 21~22일 주말 각각 2,000대와 2,200대가 주차했으나 남북 정상회담이 있은 뒤 28일과 29일 각각 2,300대, 2,800대가 주차할 정도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특히 ‘연내 종전 선언’ 등의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에 이어 이날 후속조치로 1일부터 최전방에 배치된 대북확성기 철거 소식까지 더해지자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임진각 인근에서 만난 김모(63)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는데, 통일이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든다”고 기뻐했다.

30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로를 따라 들어선 임진각 입구 모습. 이종구 기자
30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로를 따라 들어선 임진각 입구 모습. 이종구 기자

권순안(67) 파주 임진각 상인회장은 “남북 대치관계가 이어지면서 임진각 주변 상권은 초토화됐다”며 “최근의 남북회담 이후 손님이 예년보다 2배 이상 늘고, 밤낮없이 울려대는 대북 확성기 방송도 사려져 이제야 살맛이 난다”고 뿌듯해했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가 이어질 때마다 지역경제가 쑥대밭이 됐던 화천 등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가 풀리길 바라고 있다.

앞서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28~29일 동해안 최북단 금강산 전망대와 양구 을지전망대 등 강원 안보관광지에는 북녘 땅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의 재개 불씨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성공단이 하루라도 빨리 재가동되기를 모든 기업인들이 바라고 있다”며 “남북 경제협력에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가 우선 포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틀 뒤인 29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관람객이 몰리면서 차량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파주=뉴시스
남북 정상회담 이틀 뒤인 29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관람객이 몰리면서 차량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파주=뉴시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폐허처럼 변한 강원 고성군 명파리 주민들도 후속 조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명파리는 2003년부터 6년간 138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금강산으로 가던 길목이다. 그러나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흐른 현재 280곳의 업소가 문을 닫는 등 지역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장석권(63) 이장은 “고성이 남과 북이 함께하는 통일 특구가 됐으면 한다”며 “금강산과 비무장지대(DMZ), 동해안을 접목한 관광 루트를 만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부동산 투자처에서 늘 비껴나 있던 접경지역의 땅값도 들썩거리고 있다. 파주 운정지구 외곽 관리지역 전담ㆍ임야의 땅값도 부쩍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보다 30~40% 거래량이 늘면서 저가 매물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비싸다고 생각되던 땅들도 거래되기 시작했다.

파주에서 공인중개사사무실을 운영하는 석모(54)씨는 “관리지역 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지난해 3.3㎡당 120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남북 정상회담 발표를 전후로 해서 3.3㎡당 180만~21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요새는 매수인들의 요청으로 땅 찾으러 다니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고성군 현내면 등 접경지 토지매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간성읍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상회담 이후 민통선 내 토지 매수에 대한 문의가 하루 3~4건 정도 오고 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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