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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코치의 야구화] 시카고 컵스 매든 감독의 마법 ‘리스펙트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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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코치의 야구화] 시카고 컵스 매든 감독의 마법 ‘리스펙트 90’

입력
2018.04.30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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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 AP 연합뉴스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 AP 연합뉴스

‘리스펙트(Respect) 90.’

90세 노인을 공경하라? 얼핏 보면 공익 광고의 한 문구 같다. 하지만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유명 사령탑의 지도 철학이 담긴 메시지다.

시카고 컵스를 이끌고 있는 조 매든(64) 감독은 언제나 선수들에게 ‘리스펙트 90’을 강조한다. 숫자 90은 홈 플레이트에서 1루 베이스까지의 거리를 피트(feet)로 나타낸 것이다. 즉, ‘평범한 내야 땅볼을 치더라도 타자는 1루까지 전력 질주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리조나주 메사에 위치한 컵스의 6개 훈련 구장 1루 베이스라인 옆에는 모두 ‘리스펙트 90’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훈련장으로 향하는 출입구 옆 벽에도 마찬가지다. 모든 선수들은 이 장소를 지나칠 때마다 문구 옆의 베이스를 반드시 손으로 터치해야 한다.

컵스의 선수가 애리조나 캠프 클럽하우스에서 '리스펙트 90' 문구 옆 베이스에 터치하고 있다.
컵스의 선수가 애리조나 캠프 클럽하우스에서 '리스펙트 90' 문구 옆 베이스에 터치하고 있다.

컵스 구단도 매든 감독의 지도 철학을 선수들에게 주입시키려고 노력한다. 구단은 스프링캠프 기간 특별 제작한 리스펙트 90 티셔츠를 선수들에게 나눠준다. 또 캠프 때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영상이 있는데 바로 크리스 브라이언트, 앤소니 리조, 제이슨 헤이워드 등 구단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들이 내야 땅볼을 친 후 전력으로 1루까지 달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그리고 고액 연봉을 받는 간판 빅리거들이 매 경기마다 이렇게 야구의 기본을 실천한다는 점을 유망주들에게 강조한다. 심지어 구단은 지난 시즌 1루 베이스까지 ‘평범한 질주(?)’를 한 마이너리그 선수에게 ‘리스펙트 90’을 지키지 않아 팀 분위기를 해쳤다는 명목으로 1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컵스 관계자가 최근 애리조나 루키리그 익스텐드 캠프 베이스러닝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리스펙트 90'을 설명하고 있다.
컵스 관계자가 최근 애리조나 루키리그 익스텐드 캠프 베이스러닝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리스펙트 90'을 설명하고 있다.

매든 감독은 선수들에게 무작정 승리를 강조하기보다는 모두가 쉽게 무시할법한 야구의 작은 기본을 항상 존중하고 실천하라고 말한다. 선수들의 행동이 바뀌면 사고방식도 바뀌어 팀에 전체적으로 좋은 순환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기본을 중시하는 그의 지도 철학은 2016년 큰 결실을 이뤘다. 그 해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매든 감독이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명장 반열에 올라선 원동력도 바로 야구의 작은 기본을 하나 하나 지켜나간 덕분이다.

참고로 매든 감독은 아내와 함께 2015년도에 ‘리스펙트 90’이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어 스포츠와 교육을 통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매년 돕고 있다.

허재혁 J메디컬트레이닝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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