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군 자처하며 중국 역할 부각
왕이 외교부장 2, 3일 북한 방문
북미회담 앞두고 밀착 행보
중국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방침을 “진정성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대북제재 완화도 주장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ㆍ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핵실험장 폐쇄를 약속했고 한국과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를 직접 초청해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자신들의 핵무기가 한국과 태평양, 미국을 향하지 않을 것이란 김 위원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CCTV도 이날 아침뉴스에서 김 위원장의 핵실험장 폐쇄 공개 소식을 4꼭지에 걸쳐 상세히 보도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가세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장후이즈(張慧智) 지린(吉林)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는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선제 조치가 후퇴하지 않도록 최소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벗어난 일방 제재부터 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북한이 명확히 약속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건 처음”이라며 “미국도 대북제재 축소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줘야 하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북한의 정치적 후견인을 자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ㆍ점진적 비핵화가 동시 행동을 전제한다는 점에서다. 비핵화의 첫 발을 떼고 행동에 나서면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하고자 하는 북한의 입장을 중국이 앞장서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이런 입장에는 사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남ㆍ북ㆍ미 3자 간 협의로 굳어지는 상황을 막고 ‘중국 역할론’을 적극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월 2, 3일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답방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간접적으로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북미정상회담 전략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 통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급속한 북중관계 회복 기류를 감안하면 왕 국무위원이 공개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북중간 경제협력 활성화 보따리를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외교적 목표는 남북 모두와의 관계를 증진시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특히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북한이 자신들을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향후 북중 밀착관계는 외견상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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