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막툼 UAE 부통령 딸 라티파
유튜브에 “내 모험의 시작” 올려
직접 요트 타고 결행했지만
인도 해양경비대에 가로막혀
“내 아버지는 두바이 군주다. 나는 곧 (이 나라를) 떠날 계획이다. 이 비디오는 내 모험의 시작이다. 쉽지 않겠지만 인생의 새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지난달 11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와 17만회 이상 조회된 이 영상의 주인공은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부통령이자 두바이 지역의 군주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딸 셰이카 라티파 빈트 아흐마드 알막툼(33)이다. 전제 군주국 두바이의 공주인 라티파는 두바이 탈출 계획을 밝힌 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도망친 공주’로 불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 매체 비즈니스 스탠더드를 인용해 라티파 공주가 예고한대로 두바이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인도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두바이로 송환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인도 정부가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의 폭압을 고발하고 평범한 삶을 찾아 나선 라티파 공주를 고국으로 돌려보냄으로써 망명에 관한 법적 기준을 위반했다고 전했다. 라티파는 영상에서 “내 아버지는 명성만 지킬 수 있다면 사람도 죽일 수 있다”며 “여러분이 이 비디오를 보고 있다면 나는 이미 죽었거나 위태로운 상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UAE의 무고한 피해자를 돕는 영국 비영리 인권단체 ‘디테인드 인 두바이(Detained in Dubai)’에 따르면 라티파 공주는 지난달 초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된 ‘노스트로모’라는 이름의 요트를 타고 두바이 탈출을 결행했다. 그러나 지난달 4일 인도 고아(Goa)주 해안에서 50㎞ 떨어진 바다에서 해양 경비대에 가로막혔다. 그는 인도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할 계획이었다. AFP통신은 두바이 정부 측근을 인용해 “라티파 공주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모디 인도 총리가 해안 경비대 작전을 직접 승인했다고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밝혔다. 이 관리는 인도 정부가 “딸이 납치됐다”는 무함마드의 메시지를 받고 작전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런던의 법학자 압히만유 조지 제인은 “(공주가 겪은 폭압) 사실이 맞다면 국제법과 인도법 모두 (그를) 두바이로 돌려보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 같은 인도의 개입이 모디 총리가 부유한 산유국(UAE)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와중에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모디 총리는 2015년 인도 총리로는 34년 만에 UAE를 방문해 양국 간 투자 활성화를 논의했고 지난 2월에도 UAE를 방문했다.
‘디테인드 인 두바이’가 지난 12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셰이카 라티파 지지자들은 관련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인도와 UAE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도 외무부는 이 사건 개입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두바이는 “경쟁국 카타르가 앞장서 두바이의 명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개인사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셰이크 무함마드는 여러 명의 부인을 두고 있고 최근 공개 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라티파라는 이름의 딸 여러 명을 포함해 수십 명의 자녀가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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