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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티브 잡스는 없다

입력
2018.04.30 18: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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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평균적 인간과 창의적 인간 중 어느 유형을 필요로 할까. 단순화하면 평범한 공무원이나 월급쟁이가 필요한 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 인물이 필요한 지의 문제로 압축이 되겠다. 이 질문이 중요한 것은 교육정책의 방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량생산 시대로 접어든 산업화 시대에는 평균적 인간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방식도 대량생산 체제에 맞도록 단순 작업을 수행하고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일들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인력들이 필요했다. 오히려 창의력은 방해요소였다.

▦ “우리 조직에서는 인간의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창의력도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시키는 대로 명령에 순종하고 시키면 바로바로 행동에 옮기는 태도입니다.” 테일러주의(Taylerism)라는 과학적 관리법으로 공장 개혁과 경영 합리화에 큰 공적을 남긴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가 1906년 강의에서 한 얘기다. 그의 과학적 관리법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대부분 기업들이 이 기법을 발전시켜 공장을 가동시켰다. 이 때문에 교육 방식도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공장식 학교교육’으로 변화했다.

▦ 토드 로즈의 저서 ‘평균의 종말’에 따르면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에 출간한 저서 ‘미국의 서사시’에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을 신조어로 처음 썼다. 원래 아메리칸 드림은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잠재력을 한껏 펼치며 살아갈 기회와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는 차원의 문제였다. 특히 테일러주의에 대한 반발이 컸다. 애덤스는 “테일러주의와 효율성 운동이 시스템만 중요시할 뿐 어떤 시스템이든 개개인을 위한 것인데도 정작 개개인은 무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교육계 안팎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쟁점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전형 확대나 축소 등 시스템에 쏠려 있다. 강남과 기타 지역, 재학생과 재수생, 특목고와 일반고 등 어느 쪽이 대학입시에 좀 더 유리할 것인가에 관한 다툼이다. 정작 논쟁에서 학생 개인의 존재감과 창의성 함양이라는 이 시대의 목표는 실종 상태다. 학교 정상화나 교육혁신도 드러나지 않는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다니 많은 변화를 기대해 본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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