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우호적 여론 불구
당은 비판 일색… 선거 역풍 우려
“홍준표 등 아직도 정신 못차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직격탄도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강경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6⋅13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자칫 당의 비판 일색 대응이 지방선거에 역풍으로 작용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뛰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져 당의 입장이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불만을 공개 표출하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인 유정복 현 시장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시장은 지도부가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사업을 추진 중인 유 시장으로서는 당의 반대로 모순적인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경기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현 지사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국민들도 다 성공해서 한반도가 비핵화되고 앞으로 길게 또 통일의 길까지 가기를 원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라고 민심을 전달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도 29일 페이스북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면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처했지만 후보들의 기대와는 정면으로 배치됐다. 홍 대표는 “한국당도 다른 정당들처럼 적당히 환영하고 실천을 촉구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지방선거에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남북변수가 선거에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오는 여론조사는 여권에 더 우호적이어서 한국당 소속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 28~29일 전국 유권자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86.1%로 취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 관계자는 “홍 대표의 비판이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분명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에 민심이 떠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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