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2020년까지 지원키로
올해 406억 투자… 美와 공동연구
폭발 위험 문제 등 안전성 우려
기술 확보해도 韓美협정 개정 필요
“실효성 없는 밀실 결정” 비판도
정부가 안전성ㆍ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이로프로세싱 등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개발(R&D)을 계획대로 2020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탈핵’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도 연구 계속을 인정했을 만큼 꼭 필요한 연구라는 주장과 50년 넘게 연구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 확보에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맞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의 권고 사항에 따라 2020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 R&D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두 기술에 대한 안전성ㆍ경제성 논란이 계속되자 2017년 12월 비원자력 분야 전문가 7인으로 재검토위를 꾸려 R&D 지속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재검토위는 4월 최종 보고서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R&D 사업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2020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사업을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1997년부터 두 기술 개발에 6,764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번 R&D 재개 결정으로 올해에는 406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한국은 미국과 2020년까지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위원명단, 논의 내용 등이 모두 공개됐던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때와 달리 재검토위는 위원명단조차 비공개로 이뤄지는 등 운영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실체도 알지 못하는 전문가들이 한 ‘밀실 결정’을 따르라고만 하니 여러 의구심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내에는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더라도 앞으로 50년 정도 가동될 원전을 감안하면 사용후핵원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는 꼭 필요하다”며 “R&D 사업의 엄격한 관리를 위해 비원자력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단을 구성, 6개월마다 연구 성과를 점검하고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얻은 우라늄ㆍ플루토늄 등으로 다시 핵연료를 만드는 기술이다. 파이로프로세싱 R&D를 주도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렇게 제조한 핵연료를 SFR에 사용하면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 독성감소 기간을 1,0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파이로프로세싱 과정에서 나오는 고독성 방사성 물질(세슘ㆍ스트론튬) 관리, SFR 냉각재인 소듐의 폭발 위험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술을 확보해도 국내에서 파이로프로세싱을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 현행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사용이 가능한 건 파이로프로세싱 초기 단계인 전 처리ㆍ전해환원(사용후핵연료를 전기분해해 금속화)까지다. 정작 이 기술의 핵심인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을 회수(전해정련)하고, 미회수된 우라늄ㆍ플루토늄을 얻는 과정(전해제련)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모의 핵연료로 연구한다.
국내 원자력업계에선 ‘파이로프로세싱은 순수한 플루토늄 추출이 불가능해 핵무기 제조에 쓰일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 플루토늄 복합물에서 간단한 처리만으로 순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핵 연구소들도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핵무기 확산을 경계하는 미국이 순수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해지는 파이로프로세싱 전 과정을 허용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장기적인 논의 사항”이라며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해 확답하지 못했다.
서 교수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원전 해체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원전은 절대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신재생에너지 R&D 강화, 확대보급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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