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화해ㆍ단합의 첫 실행조치
김정은, 결심 피력” 언급 소개도
다음달부터 남북 시간이 재통일된다. 북한이 현재 표준시인 ‘평양시간’을 5월 5일부터 한국의 표준시와 다시 맞추겠다고 공표하면서다.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짐작된다.
3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이날 표준시를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동경시(서울 표준시와 동일)에 맞출 것이라는 내용의 ‘평양시간을 고침에 대하여’라는 정령(결정)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는 “북과 남의 시간을 통일시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한다”며 “평양시간을 동경 135도를 기준 자오선으로 하는 9경대시(현재의 시간보다 30분 앞선 시간ㆍUTC+9)로 고친다”고 밝혔다. 이어 “평양시간은 2018년 5월 5일부터 적용한다”며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통신은 이날 별도 기사에서 평양시 변경 결정 배경을 “최고영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국내의 해당 부문에서 이에 대하여 검토ㆍ승인할 데 대하여 제의하신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표준시간을 다시 제정할 데 대하여 제의하셨다”며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제3차 북남 수뇌(정상) 상봉과 회담을 위하여 남측 지역을 방문하시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과 남의 표준시간을 통일하는 문제를 논의하셨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언급도 소개했다. 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북남 수뇌회담 장소에 평양시간과 서울시간을 가리키는 시계가 각각 걸려 있는 것을 보니 매우 가슴이 아팠다고 하시면서 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언급하시었다”고 했다. 또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북과 남이 하나로 된다는 것은 그 어떤 추상적 의미가 아니라 바로 이렇게 서로 다르고 갈라져 있는 것을 하나로 합치고 서로 맞추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하시면서 민족의 화해ㆍ단합의 첫 실행조치로 현재 조선반도에 존재하는 두 개의 시간을 통일하는 것부터 해나가실 결심을 피력하시었다”고 덧붙였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표준시각을 서울의 표준시에 맞춰 통일하기로 했다”며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표준시 변경 결정은 남쪽이 두 정상 간 대화 내용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남북 간 서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약속을 북한이 신속히 이행하는 일은 과거 드물었다.
김 위원장의 표준시 변경 약속과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9일 언론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빠른 속도로 (합의 사항을) 실행해 나가겠다는 그런 것(의지)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일제강점기 이후 동경시를 사용해오다 2015년 8월 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에서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표준시를 바꾸기로 결정한 뒤 현재까지 평양시를 사용해 왔다. 당시 북한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의 표준시간을 빼앗았다”고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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