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18년 1월 ‘지옥이 꽁꽁 얼다(Hell freezes over)’라는 제목에 ‘사탄교회는 어떻게 서늘해졌는가(got cool, 중의적으로 ‘멋져지다’란 뜻)’라는 부제를 단 기사를 실었다. 불구덩이 지옥이 얼음으로 덮인다는 저 관용구는 대개 불가능의 의미로 쓰이지만, 가디언이 의도한 건 직역의 의미다. 기사는 사탄교회의 이성적 ‘교리’들이 청년들에게 호소력을 얻으며, 트럼프 시대의 영적 해독제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사탄교회(Church of Satan)는 오보에와 오르간 연주자 겸 작곡가였던 시카고 출신 36세 종교 사상가 안톤 샨도르 르베이(Anton Szandor Lavey, 1930~1997)가 1966년 4월 30일,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세운 교회다. 조직과 신도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73년 신도가 최소 1만 명이라는 기록이 있다. 가입비 225달러를 내고 간단한 등록절차를 마치면 신도가 된다. 연회비나 헌금 등 추가 비용은 없다. 사탄교회는 위악적인 이름과 홍보 탓에 오해와 비난을 샀고, 특히 기성 교단으로부터 저급한 이단의 하나로 무시ㆍ배척당해 왔다.
하지만 르베이와 현 최고위 성직자 피터 길모어(Peter Gilmore)에 따르면 그들의 사탄은 “(신의 종이 아닌) 독립적 존재로서의 자부심과 개인주의, 계몽의 긍정적 원형”을 상징한다. 적어도 기독교나 이슬람교가 말하는 악마를 숭배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루터교 신자였다는 르베이가 돌변한 사연은 불확실하다. 다만 기독교 교리와 교회에 환멸을 느껴 50년대부터 반 기독교 모임을 시작했고, 60년대 반문화 물결을 타고 사탄교회를 창설했다고 알려져 있다. 10계명 격인 ‘사탄교회 9개항’은 욕망을 긍정하고, 천국ㆍ지옥의 ‘망상’보다 현세의 삶과 질서를 중시하고, 신을 팔아 교회와 성직자의 부를 탐하는 ‘기만’보다 스스로 잘 살 수 있는 현실적 지혜를 앞세우며, 오른뺨ㆍ왼뺨의 ‘위선’보다 응분의 보복과 책임을 옹호한다. 그리고 인간도 한낱 동물이며 오히려 지능을 지녀 가장 악하고 열등한 생명체라고 판단한다. “우주는 우리에게 무심하며, 모든 도덕과 가치는 인간 자신에게 달려있다”(근본신앙)거나 “영혼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삶에서 뭔가를 얻으려면 게으른 엉덩이를 드는 도리밖에 없다.”(영혼에 대하여) 등의 답이 달린 공식 문답 21항도 읽어볼 만하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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