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회담 결과 지지 보내며 북미 회담 의욕
미 주류 언론도 “압박작전 통해” 재평가 기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환영 메시지를 쏟아내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의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벌써부터 전임 대통령 누구도 이루지 못한 북핵 문제 해결을 자신의 최대 외교 업적으로 내세워 흥행 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주변에선 노벨상이 거론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에서도 그의 최대 압박 캠페인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가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인 현지시간 27일, 28일 주말 이틀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화제는 북한 문제였다. 그의 소통 창구인 트윗 뿐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지와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 그리고 현 상황이 자신의 최대 압박 작전 때문이라는 자화자찬식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트위터에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 미국과 모든 위대한 미국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매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힘을 실었다. 남북 정상이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추진키로 한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는 남북한 공동 번영에 대한 덕담으로 이어졌다. 그는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평창동계올림픽 미국대표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나는 모든 한국인들이 언젠가 화합과 번영, 평화 속에서 살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그리고 그 일은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지는 북미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인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성과가 없다면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며 이전처럼 대북 압박 자세를 유지했지만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매우 극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 “희망컨대 합의를 할 것이다” 등으로 낙관적 전망에 확 무게를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김정은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가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멀리 진전된 적이 없다. 북한이 협상을 타결하는 데 있어 지금처럼 열정을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김 위원장의 의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밝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또 “나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책임감이 미국 대통령의 어깨에 놓여 있다”며 자신이 직접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 의욕은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합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해 북한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끔 압박하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민들에게 북핵 해결의 성과가 자신의 치적이라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선 “문 대통령이 모든 공을 나에게 돌렸다”고 말하는 등 그간 현 상황이 자신의 대북 압박 작전 때문이라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런 고양된 분위기 속에서 이날 유세집회에선 지지자들 사이에서 “노벨, 노벨”이라는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멋지네요. 고맙습니다”고 호응했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2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이것(비핵화)이 이뤄진다면 노벨상을 받을 만 하다”고 거들었다.
미 주류 언론에선 그간 북한 의도에 대한 경계와 트럼프 대통령의 성급한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지만, 남북 정상회담 이후엔 신중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최대 압박 캠페인을 재평가하는 기류도 나오고 있다. CNN은 “남북한 화해 무드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받을 만하다”는 분석 기사를 내놨고 뉴스위크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중요한 외교업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추측은 생각조차 어려웠지만, 이제 조심스럽게 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