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첫 논의 이어 네 번째
“종교계도 한반도 평화에 기여”
“눈시울을 적시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봤다. 앞으로 북한 조선불교도연맹 위원장과의 약속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전남 해남 대흥사 월우 주지스님은 2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남북 평화시대를 여는 문재인대통령이 대흥사에서 꿈을 키웠다는 생각을 하니 소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대흥사 요사채는 문 대통령이 고시 공부를 했던 남다른 인연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평화가 지속된다는 기대감에는 월우 스님의 오랫동안 가슴앓이 했던 사연이 있다. 현재 대흥사에서 이어오고 있는 서산대사 제향 의식을 남과 북이 국가행사로 공동 개최하자는 첫 시도가 지난 1997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한 월우 스님은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켜냈던 서산대사 호국충혼과 민족 화해, 통일의 의미를 담아 서산대사 제향 의식을 북한과 공동 개최 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봄 제향은 대흥사에서, 가을에는 서산대사가 입적한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각각 열기 위해 교류를 추진해 왔다.
실제로 이 제향 의식은 서산대사의 충혼을 기려 200여년 전 정조 때 남과 북에서 시작됐다. 해마다 대흥사와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봉행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통해 명맥이 끊겼다. 하지만 대흥사는 고증을 거쳐 2012년 복원해 제를 지내고 있다.
1997년 민족화합운동으로 북한을 첫 방문한 월우스님은 인근 묘향산 보현사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북한 스님들과 서산대사 제향에 관한 얘기를 나눈 그는 두 차례 북한방문을 통해 협의가 계속됐고, 세번째인 2015년 북측 조선불교도연맹과 일정과 방식을 논의해 성사단계까지 갔지만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것.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산대사 제향의식도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어는 때보다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우스님은 6월쯤 일행 30여명과 북한을 방문, 서산대사 국가제향 행사를 남과 북이 공동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월우 스님은 “서산대사 제향을 국가행사로 추진이 성사되면 평화의 시대가 시작되는 중대한 시기에 종교계에서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면서“국민의 염원인 통일이 두 정상의 만남으로 더 밝아졌다”고 전망했다.
이어 스님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후 문 대통령이 고시공부를 했던 대흥사를 찾는 방문객 발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며 “대흥사는 평화의 시대를 기원하는 염원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고 좋아했다.
대흥사는 절 내 고시방이 위치한 곳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선원구역 내에 있어 평상시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있었으나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문의가 쇄도해 안거 기간을 제외한 8개월째 개방중이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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