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무패 ‘찬란한 4월’ 에이스 커쇼 이상 대활약
LA 다저스 류현진(31)이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류현진은 4월 한 달 동안 5차례 선발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2를 찍었다. 다저스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와 낮은 평균자책점이다.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과 피안타율도 0.85, 0.152로 으뜸이다. 기록으로는 간판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1승4패 평균자책점 2.84) 보다 한 수 위다.
2015년과 2016년 어깨 및 팔꿈치 수술을 받은 류현진에게 다시 찾아온 봄날이다. 구위 저하를 야기하는 치명적인 부상 탓에 2013년과 2014년 각각 14승씩을 올렸던 전성기 기량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지난해 건강하게 시즌(5승9패)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둔 이번 시즌 ‘괴물’의 면모를 되찾았다.
류현진의 구위는 분명 수술 전보다 떨어졌다.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은 리그 평균 92.7마일(149.2㎞)보다 낮은 90.18마일(145㎞)이다. 그런데도 미국 통계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자신이 던지는 구종 가운데 직구로 가장 많은 10개의 삼진을 잡았다.
예전 같지 않은 직구로도 위력을 떨칠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구종을 구비함과 동시에 ‘볼 배합의 팔색조’로 진화한 영향이 크다. 수술 전 직구와 주무기 체인지업 비율이 70%를 훌쩍 넘겼던 류현진은 지난해 커터, 올해 투심을 장착했다. 단순히 구종을 추가하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변화무쌍한 투구 패턴으로 재미를 봤다.
11일 오클랜드전에서 첫 승을 거둘 당시 재미를 봤던 커터가 다음 17일 샌디에이고전에서 상대 타자에게 맞아나가자 직구 위주로 패턴을 바꿨다. 상대가 변화를 준 패턴에 적응할 5회부터는 역으로 다시 커터를 뿌렸다. 또 빅리그 진출 이후 처음 2년간은 포수 사인대로 던졌지만 이번 시즌엔 상대 타자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본인 의사에 따라 투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의 4월 활약에 대해 “경기 중 코스나 구종 등 투구 패턴을 바꿔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피해가는 볼 배합의 승리”라며 “부상 전 류현진의 정보를 갖고 있던 상대 타자들은 짐작하기 힘든 볼 배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와 구종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류현진의 유형은 메이저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다. 송 위원은 “과거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렸던 그렉 매덕스는 제구와 주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웠고 톰 글래빈은 투구의 80%를 바깥쪽 코스로 승부했는데, 류현진은 이들과 또 다른 투구를 한다”면서 “물론 컨디션이 정말 안 좋고 제구가 안 되는 날 고전할 수 있겠지만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이 뛰어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