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14년째 지식재산권 우선감시대상에 자국을 포함시킨 미국 결정에 “일방적 조치”라며 발끈했다. 양국이 지재권 문제로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잇따라 핵심기술의 독자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9일 성명을 통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배포한 ‘2018년 글로벌 지식재산권에 관한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중국을 우선감시대상으로 지정한 데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해 무역기밀 절도와 온라인 해적행위, 위조품 생산 등을 거론하며 “강압적인 기술이전 사례들이 있다”고 적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장기간 일방적으로 다른 국가의 지재권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면서 “객관적인 기준과 공정성이 부족한 미국의 판단은 유관 각국의 보편적인 반대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수년 간 지재권 관련 법안과 제도를 지속해서 개선함으로써 국제적 통용 규정에 부합하도록 조치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중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최대 자극제로 삼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지재권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의를 가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재권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불공정 무역 논란을 제기한 주요 현안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의 양대 통신장비업체 ZTE와 화웨이(華爲)를 제재한 데 이어 인공지능(AI)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비공식적 협력관계까지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미국 내 주요 산업과 기술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시 주석이 연일 핵심기술의 독자 개발을 강조하는 등 미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협력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화해 제스처를 보내기도 하지만 핵심적인 정책 방향은 기술개발 경쟁에 맞춰진 듯하다. 실제 시 주석이 집권 후 제시한 최첨단 정보기술(IT)과 제조업 간 융합을 골자로 한 ‘중국제조 2025’의 정책기조도 기술 강국과 맞닿아 있다.
중국은 현 시점에서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피하려는 기색이 뚜렷하지만 미국의 일방조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중웨이(中微)반도체설비 유한공사(AMEC)의 요청으로 상하이(上海) 해관(세관)이 중웨이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미국산 설비를 압류했던 사실을 최근 중국 매체들이 뒤늦게 보도한 게 단적인 예다. 중국을 상대로 지재권 침해를 압박하는 미국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반박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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