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50대 1 액면분할
1주당 265만원서 5만원대로
삼성전자 주식이 3거래일간 거래정지된다. 1주당 25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서 5만원대 ‘국민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3거래일간 거래정지를 거쳐 4일 코스피 시장에 재상장된다. 재상장될 땐 1주당 액면가가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된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 기준 1주당 265만원이던 삼성전자 보통주는 5만3,000원짜리 주식 50주로 바뀐다.
액면분할은 액면가를 낮춰 발행 주식 수만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가치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1주당 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투자자들의 접근 가능성이 높아져 거래는 활발해질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4월 액면분할을 통해 1주당 300만원대이던 주가를 30만원대로 낮춘 아모레퍼시픽은 액면분할 이후 20거래일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667억원으로 액면분할 이전 20거래일(834억원)의 배를 기록했다. 주가도 액면분할을 결정한 3월 3일 286만원(분할 후 기준 28만6,000원)에서 액면분할 후 20거래일 뒤인 6월 5일 38만7,500원까지 올랐다. NH투자증권이 2015년 이후 액면분할을 진행한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7개 상장사의 액면분할 전후 60거래일간의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아모레퍼시픽 포함 5개 기업의 거래량이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15조6,4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데다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도 주가 상승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반기 엔 또 자사주 소각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4배 수준으로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라며 “그러나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주주환원정책을 펼치는 데다 액면분할로 거래량까지 증가하면 더 이상 저평가받을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해외 주식시장 대표 종목들도 액면분할 효과를 봤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2014년 액면분할을 진행한 텐센트와 애플의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텐센트는 1년만에 홍콩항셍지수 대비 36.1%, 애플은 S&P500 지수 대비 31%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종목 모두 단기적으로는 액면분할로 인한 유동성 증가 효과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후 상승세가 이어진 것은 업황과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도 길게 보면 반도체 업황과 기업의 기초체력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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