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준비해준 평양냉면이 저녁 의미 크게 해"
만찬장에 아리랑 울려퍼져…김정숙 여사, '고향의 봄' 따라 부르기도
김영철, 임동원 만나자 "도대체 지난 10년 동안 어디 가 계셨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만찬은 '판문점 선언'을 도출하는 성과를 이뤘다는 자축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만찬 시작 4시간 전에서야 방남 사실이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를 비롯해 남북 정상 부부가 만찬장에 초대된 손님들을 일일이 맞이하며 축하 분위기를 띄웠다.
남측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우원식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가수 조용필 씨, 가수 윤도현 씨 등 32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26명이 함께했다. 북측 참석자는 주로 남쪽을 방문한 경험이 있거나 김 위원장을 핵심적으로 보좌하는 인물이었다.
본격적인 만찬에 앞서 남측 대표 국악기인 해금과 북측 대표 악기인 옥류금을 이용해 북측 노래인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평양까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이 연주되며 분위기를 돋웠다.
헤드테이블에 앉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부부가 공연에 집중하는 사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특사로 내려와 만났던 김 부부장과 반갑게 인사했다.
만찬 참석자끼리 인사를 주고받으며 덕담을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임동원 명예이사장과 악수하며 "도대체 10년 동안 어디에 가 계셨습니까"라고 물었고 문정인 특보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전책략실장에게 "얼굴이 아주 좋아지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만찬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주인공은 제주에서 온 초등학생 오연준(13) 군이었다.
오 군이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독창하는 내내 웃음을 머금은 리설주 여사는 노래가 끝나자 김 위원장과 함께 박수로 격려했다.
사회를 본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언제부터 제주에 살았느냐'고 물었을 때 오 군이 "태어날 때부터요"라고 대답하자 김여정 부부장은 박장대소했다.
'고향의 봄'을 부를 때는 김정숙 여사가 따라 불렀고 리설주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중했다.
환영사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 메뉴인 평양냉면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특별히 준비해주신 평양냉면이 오늘 저녁의 의미를 더 크게 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냉면은 옥류관에서 사용하는 제면기를 설치한 다음 옥류관 수석요리사를 판문점으로 불러 직접 만든 뒤 평화의집으로 배달했다.
오전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을, 멀리서 온,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문 대통령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만났으니 헤어지지 맙시다. 다시는 이 수난의 역사, 고통의 역사, 피눈물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맙시다'라는 내용의 북한 오영재 시인의 시를 인용해 환영사를 이어 갔다.
문 대통령이 잔을 들고 건배사를 할 때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자 좌중에는 웃음이 터졌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 상봉과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북과 남의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만찬을 주최한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만찬 메뉴와 관련해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유년시절을 보낸 부산의 대표적 음식인 달고기 구이(흰살생선 구이)와 김 위원장이 유년시절을 보낸 스위스의 '뢰스티'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감자전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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