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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남북 화합을 담은 드라마 3

입력
2018.04.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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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12시간이었다. 27일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난 화합의 자리는 뭉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첫 인사를 나누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정상은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열린 환송공연에선 사이 좋게 손을 잡고 관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안방극장에서도 남북이 보여준 화합의 순간이 있다. 아예 합작드라마를 제작하거나, 남남북녀가 결혼하는 환상도 보여준다.

지난 2007년 방영된 KBS 남북합작드라마 ‘사육신’에서 북한 무용수 출신 조명애가 솔매 역을 연기하고 있다. KBS 제공
지난 2007년 방영된 KBS 남북합작드라마 ‘사육신’에서 북한 무용수 출신 조명애가 솔매 역을 연기하고 있다. KBS 제공

KBS 남북합작드라마 ‘사육신’(2007)

KBS가 기획 및 제작비를 담당하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제작한 24부작 드라마다. 지난 2007년 8월 8월부터 11월 1일까지 세 달간 방영됐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인 그해 10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양국의 화해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다.

그러나 ‘사육신’은 기대만큼 조명 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애국가 시청률’이 3%였는데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2%대로 시청률이 추락해 체면을 구겼다. KBS는 약 20억원의 제작비를 댔고, 조선중앙방송이 극본과 연출, 배우 등을 전담했다. ‘사육신’에 출연한 배우들 대부분이 북한 배우라 낯설었고, 말투나 억양이 우리와 달라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조명애 효과’도 없었다. 조명애는 지난 2005년 가수 이효리와 함께 TV 광고에 출연해 남한에 얼굴을 알렸지만 반짝 관심을 얻었을 뿐이다. 북한 만수대 예술단 소속 무용수였던 조명애는 ‘사육신’에서 김종서 장군의 수양딸이 되는 솔매 역을 연기했다. 결과를 떠나 남북한이 문화교류를 통해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했다는 점만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 출연한 배우 하지원(왼쪽)과 이승기. MBC 제공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에 출연한 배우 하지원(왼쪽)과 이승기. MBC 제공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

남한의 왕제와 북한의 여성 장교가 사랑에 빠진다는 꿈 같은 스토리로 주목 받았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상 설정아래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남한 왕제 이재하를, 배우 하지원이 북한 특수부대 교관 김항아를 연기했다.

두 사람이 세계장교대회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향해 달려가는 로맨스는 초반에 흥미를 유발했다. 강직한 성품에 무술에 능한 김항아와 장난기 가득하고 실수투성이인 이재하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 캐릭터가 바뀐 것처럼 보였다. 1회 시청률이 16.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고증 논란 등이 불거지더니 9회부터 시청률인 10%로 떨어졌다. 북한 군복이나 미합중국 육군 등 외국 군복이 고증 논란에 휩싸였고, 하지원의 북한 사투리도 도마에 올랐다.

북한을 담은 시선은 남달랐다. 북한 지하철이나 평양의 거리 등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또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김씨 일가가 아닌 현씨 성의 인물을 넣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상화만 빼고 고 김일성 주석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있던 북한 모습이 가상으로 그려졌다.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 마지막회는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가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방송화면 캡처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 마지막회는 이재하(이승기)와 김항아(하지원)가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방송화면 캡처

두 사람이 판문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마지막회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27일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던 판문점 군사분계선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신랑과 신부가 군사분계선에서 마주 서서 바라보고,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남북 취재진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마치 6년 후의 일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지난 2009년 열린 KBS 드라마 ‘아이리스’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희(왼쪽)와 이병헌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
지난 2009년 열린 KBS 드라마 ‘아이리스’ 제작발표회에서 김태희(왼쪽)와 이병헌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제공

KBS 드라마 ‘아이리스’(2009)

남한과 북한의 전쟁을 막기 위해 임수를 수행하는 첩보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이병헌 김태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화제가 됐고, 정준호 김승우 김소연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광화문 총격 장면이다. 극중 암살 및 쿠테타, 테러 등을 조장하는 비밀 조직 아이리스가 남북정상회담을 저지하고 남북 간 전쟁을 유도하기 위해 광화문에 핵 테러 계획을 세운다. 이를 막기 위해 국가안전국(NSS) 소속 남한 요원 김현준(이병헌)과 최승희(김태희), 북한 요원 김선화(김소연)가 나선다는 내용.

KBS 드라마 ‘아이리스’의 광화문 촬영 장면. KBS 제공
KBS 드라마 ‘아이리스’의 광화문 촬영 장면. KBS 제공

실제로 ‘아이리스’는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광화문 광장과 세종로 일대에서 대규모 총격 장면을 촬영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차량이 통제된 광화문에서 150여명의 보조출연자를 비롯해 80여대의 차량이 동원됐다. 밤에는 차량 폭파 장면으로 엄청난 굉음과 불길이 퍼져 많은 시민들이 놀라기도 했다. 서울시는 당시 드라마를 통해 서울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아이리스’의 촬영을 허가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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