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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숨기고… 한 경기 1000번 오가는 침묵의 언어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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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고 숨기고… 한 경기 1000번 오가는 침묵의 언어 ‘사인’

입력
2018.04.28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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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작전 전달하는 몸짓 암호

3루 주루코치가 감독의 전령 역할

소속 선수 트레이드 되면 교체

코치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류중일 LG 감독. LG 제공
코치에게 지시를 하고 있는 류중일 LG 감독. LG 제공

LG가 3연패 후 6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사인 훔치기’의 후유증을 지워가는 분위기다. 야구에서 사인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감독과 코치, 코치와 선수, 선수와 선수 간의 수많은 작전 사항을 넓은 그라운드에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면서 상대에게 간파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의 야구 전문가인 폴 딕슨이 쓴 ‘야구의 감춰진 언어’에 따르면 1경기에서 양 팀이 주고 받는 사인은 무려 1,000개가 넘는다.

지휘권을 갖고 있는 감독의 핵심 ‘전령’은 3루 주루코치인 작전코치다. 작전코치는 더그아웃에 있는 감독의 사인을 받아 이를 선수들에게 전달하는데 미리 약속을 통해 ‘키(Key)’를 정한다. 가령 모자를 키로 하고 왼손으로 세 번째 터치하는 부분이 ‘진짜 사인’이라고 약속을 하는 것이다. 손등=번트, 팔뚝=치고 달리기, 어깨=도루라면 작전코치가 왼손으로 모자를 만진 뒤 어깨, 손등, 팔뚝을 터치했을 경우 치고 달리기 사인이다. 하지만 사인을 내는 과정에서 왼손이 다시 키로 가면 이전 사인은 모두 취소된다. 앞에서 언급한 행위가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이뤄졌다면 ‘위장 사인’이다.

작전코치는 이렇게 수 백 가지에 이르는 상황 별 주자들의 ‘행동 강령’을 숙지하고 경기 내내 사인을 보내야 할뿐더러 득점과 연결되는 순간에 주자의 ‘고, 스톱(go, stop)’의 판단을 내려야 하기에 여러 코치들 중에서도 순발력과 눈썰미가 뛰어나야 한다. 작전 사인은 보통 한번 정해 놓으면 잘 바꾸지 않는데 부득이하게 바꿔야 할 경우도 있다. 사인을 간파 당했다는 느낌이 들 때, 혹은 우리 팀 선수가 타 팀으로 트레이드 됐을 때다.

배터리간 사인은 포수뿐 아니라 투수도 낸다. 주자가 등 뒤에 있을 때다. 포수가 먼저 사인을 내면 2루 주자가 사인을 훔쳐서 타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투수가 허리를 구부린 채 검지와 중지를 왼 어깨에 갖다 대면 포수가 내는 사인 중에 두 번째 공을 던지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상대 투수의 제구력이 흔들릴 때는 스트라이크가 들어와도 치지 말라는 웨이팅 사인이 있으며 반대로 스리 볼, 노 스트라이크에서도 ‘쳐도 좋다’는 히팅 사인이 나가기도 한다. 수비 때는 시프트 사인을 벤치에서 수비 코치가 전달한다. 또 수비수들끼리, 주자들끼리 주고 받는 선수 간의 사인도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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