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헌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
국정질서 연구 ‘정책한 콘서트’ 출간
흑백갈등 극심했던 남아공 사회
인종ㆍ성향 상이한 참석자들이 모여
수립된 대안을 국민에 공개ㆍ토론
“한국사회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초갈등사회이다. 이념 간,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갈등과 투쟁이 심각한 상태이다. 한국의 국정질서를 연구하는 정책학은 앞으로 어떤 연구를 통해 한국사회의 긍정성과 창의, 긍정심리를 확산하는 데 기여할 것인가.”
권기헌(59)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장이 ‘정책학 콘서트’(박영사 발행)를 냈다. 정책학은 정책 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 최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만난 권 교수는 “힘과 의지는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때 누군가 중립적인 조정자가 있어서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학이 성공을 최대화하고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야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신간에서 해럴드 라스웰, 예헤츠켈 드로어, 피터 딜레온 등 정책학 거장들의 업적과 현대 정책모형을 통해 현대사회 갈등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행정학이 정부 내 인사행정, 조직행정에 관한 연구라면 정책학은 그런 인사들로 구성된 정부의 국정철학을 논하는 학문이거든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죠. 지금 화두가 되고 있는 양극화, 미투 등 갈등문제는 사실 용어만 달랐지 역사에서 반복됐습니다.”
유사 이래 국가 실패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인사 실패, 정책 구조 실패, 환경의 급격한 변화다. 우리가 겪는 사회문제는 이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다. 권 교수가 정책학의 주요 이론을 일반의 눈에 맞춰 설명하면서 ‘역사적 사례’를 줄기차게 인용하는 이유다. 권 교수는 “(정책학을 정립한) 라스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보고 인간의 존엄성을 고민했다. ‘정부 이익에 부합한 정책 선택이 인류 존엄을 해치는 가치일 때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에서 정책학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책은 라스웰을 시작으로 정책학 패러다임의 기초를 제시한 정책학 거장들의 삶을 따라간다. 그들의 사상적 고민, 시대 배경을 토대로 문제의식을 추려보고 그 고민 끝에 내놓은 해결책이 무엇이었는지, 그들이 제안한 핵심은 무엇이었는지를 찾는다. 시대를 이끈 리더십을 소개하고 이들이 정책학에 던지는 시사점을 담았다.
권 교수는 남북문제, 양극화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넬슨 만델라의 ‘포용의 리더십’을 차용해보자고 제안했다. 흑백갈등이 극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델라 대통령은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몽플레 콘퍼런스’를 통해 나온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상이한 인종과 정치적 성향을 지닌 22인이 참석한 몽플레 콘퍼런스에서 수립한 4가지 시나리오를 남아공 국민에게 공개하고 토론하게 했다. 권 교수는 “양극화, 핵 폐기장 문제 등 사회 갈등 요소에 대해 힘 대 힘의 대결로 갈 것이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를 장시간에 걸쳐 소개하고 설득시킨 후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처럼 자명한 불의가 버젓이 벌어지는 마당에 인간 존엄을 논하고, 이상적 정치를 제시하는 게 무슨 효용이 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학문이 현실세계의 개별 정책 이슈에 일일이 해결책을 제공할 수는 없죠. 하지만 성공의 패턴을 공부함으로써 시민 스스로 바람직한 사회를 보는 관점은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글ㆍ사진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