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7일 ‘2018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12시간을 가득 채우고 성료됐다.
두 정상의 만남은 시작부터 유쾌했다. 오전 9시 28분 첫 대면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계획에 없던 깜짝 월경으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말하며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역사적 장면이 만들어졌다.
오후 4시 36분 쯤 기념식수를 끝낸 두 정상은 취재원과 수행원 없이 산책을 나섰다. 도보다리 끝부분에 마련된 벤치에 앉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30분 동안 단독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고, 8ㆍ15를 계기로 이산가족ㆍ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 올해 가을에는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후속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환영만찬 건배 제의에 앞서 “오늘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것을 보며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던 모습을 떠올렸다”며 “그러나 그 후 10년 우리는 너무나 한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장벽은 더욱 높아져 철벽처럼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10년의 세월을 가르고 단숨에 장벽을 다시 연 김 위원장의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를 표했다.
또한 “김 위원장과 나는 진심을 다해 대화했고 마음이 통했다”며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귀중한 합의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계관시인 오영재 시인의 시를 인용해 “이제 만났으니 헤어지지 말자”며 “반세기 맺혔던 마음의 응어리도 한 순간의 만남으로 다 풀리면 그것이 혈육이고 그것이 민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말로 꿈만 같고 반갑다”며 “오늘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역사적인 상봉을, 그것도 분단을 상징하는 여기 판문점에서 진행하고 짧은 하루였지만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문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력과 의지는 시대의 역사 속에서 높은 존경을 받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여사 그리고 남측 인사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이날 밤 9시 30분쯤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귀환했다.
한미애 기자 han.mi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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