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빌고 축복합니다. 그리고 오늘(27일)이 앞으로 100년, 1,000년간의 평화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미국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보컬 라이언 테더가 이날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린 데 대해 이같이 말하며 “오늘, 이런 날 여기(서울)에서 이 밤에 공연한다는 게 우리에게도 가장 멋진 공연을 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원리퍼블릭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공연했다. 테더는 “우리가 오늘 한국에 온 게 정말 신기하다”며 “일어나서 (미국 방송) CNN을 틀었고, 남북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봤다”고 남북 정상 회담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테더는 “지난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고 깜짝 고백해 관객을 놀라게했
다. 테더의 할아버지는 1947~48년에 비무장지대(DMZ)를 지켰다고 한다. 테더는 “한국은 그분이 가보셨던 유일한 외국이었다”고 한국에 친근함을 보인 뒤 11년 만에 남북 정상 회담이 열린 것에 대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축하했다.
2007년 데뷔한 원리퍼블릭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더는 “우리가 한국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랫동안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이번 방문이 앞으로 있을 여러 콘서트의 시작이라는 점을 약속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서울에 온 진 하루밖에 안 됐지만 우리는 여러 곳을 방문했고 녹음도 했다”며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라고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관객들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기도 했다.
테더는 한국 정서를 고려해 왼팔에 새긴 일본 욱일기(전범기) 문신을 가리고 무대에 올랐다. 공연 주최사인 현대카드는 “원리퍼블릭 측에 전범기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했다”며 “테더가 문신을 검은색으로 덧칠해 가린 뒤 공연했다”고 말했다.
원리퍼블릭은 이날 ‘카운팅 스타즈’와 ‘러브 런스 아웃’ 같은 히트곡을 비롯해 ‘어폴로자이즈’와 ‘시크릿츠’ 등 17곡을 연주하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공연장엔 4,500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공연표는 모두 팔렸다. 원리퍼블릭은 또 다른 미국 록밴드 마룬5처럼 대중적이고 감칠맛 나는 록 사운드로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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