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의 시대를 선언했다. 두 정상이 27일 서명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공동선언’은 남북이 군사적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의 새시대로 전환할 수 있는 초석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으로 북미 핵 담판의 성공 토대를 마련했다.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두 정상이 ‘평화의 시대, 새 역사의 출발점’을 선언하고 이행 의지를 밝힌 만큼 과거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남북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되풀이하지 않길 기대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북미 담판서 완성돼야
이날 정상회담은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특히 두 정상이 참모진을 물리친 채 도보의 다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어 간 30분 가량의 단독회담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만했다. 일체의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한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달리 북한 지도자가 남북 합의문을 육성으로 발표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생중계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남북 정상이 함께 발표한 비핵화ㆍ평화 선언의 진정성을 부각할 만한 장치다.
남북 정상은 최대 쟁점인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명문화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선언문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미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주동적 조치는 북한의 핵동결 조치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발표장에서 북한의 핵동결 조치를 거론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재차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
비핵화의 방식이나 기한 등이 없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최종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담판해야 할 문제다.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 면담 및 북중 정상회담 등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부로 비핵화 의사를 밝혔지만 비핵화 의지가 계속 의심받은 점을 감안하면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피력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제 판문점 선언을 이어받아 한반도 비핵화를 완성해야 할 과제를 넘겨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재확인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통 큰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 선언으로 북미 핵담판의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밝힌 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더욱 노력해 마땅하다.
종전 선언으로 새로운 평화체제 토대 마련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합의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데서는 평화의 새 시대를 향한 남북 정상의 의지가 뚜렷하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부터도 크게 진전된 내용이다. 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분명히 한 것은 평화협정까지의 구체적 로드맵일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남북관계 개선 기대 키우는 정상회담 정례화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고위급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하는 등의 합의로 본격적 남북관계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8·15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키로 한 합의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남북이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각종 조치들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합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에서는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내용이 대거 포함됐으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도 상당히 많은 대목이 반영됐다. 판문점 선언문에서 두 정상은 민족자결의 7·4남북 공동성명 원칙까지 상기시키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해방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두 정상이 회담 정례화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두 차례 정상회담이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고 이내 합의가 휴지조각이 됐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는 합의 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를 둔 셈이다. 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결정 또한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김 위원장이 “세계가 보는 가운데 서명한 합의가 역대 합의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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