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27일 판문점선언을 통해 8ㆍ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 2015년 10월 이후로 끊겼던 이산가족 행사가 약 3년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 2018년 8월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도 약속함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때 선보였던 남북 단일팀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ㆍ친척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측은 “오는 8ㆍ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상봉 시기도 못 박았다. 이산가족 만남을 계기로 고향 방문과 서신 교환 행사도 시작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 발표 후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북측은 2016년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하며 상봉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남측의 이산가족 행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를 지속하기 위해 이번에 조건을 걸지 않고 이산가족 상봉 ‘보따리’를 풀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산가족 정례화 추진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남북 적십자회담이 조기 개최될 가능성도 커졌다. 과거 1ㆍ2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정상 간 합의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해 후속 회담이 진행된 바 있다. 적십자회담에서는 유엔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도적 지원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스포츠ㆍ문화ㆍ예술 교류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6ㆍ15 남북공동선언, 10ㆍ4 남북정상선언 등 남북 모두에 의미가 있는 날에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특히 남북은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개최되는 아시안게임에 공동 참가키로 하면서 단일팀 구성이 유력해졌다. 각각 남북이 주도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공동 세계대회 개최, 경평(경성ㆍ평양)축구 재개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학술ㆍ문화 분야에서는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언론ㆍ종교계 교류, 개성 만월대 유적 공동 발굴 등이 거론된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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