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위해 北 가수 등 11명 방남
남북 대표 악기 해금ㆍ옥류금 합주
동요 ‘고양의 봄’으로 피날레
남북 정상 부부의 첫 만찬이 27일 저녁 열려 좀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약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오후 6시30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 3층 연회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를 비롯한 남북 수행원을 위한 환영만찬을 개최했다. 북쪽에선 26명, 남쪽은 34명이 참석했다. 북측은 주로 방남 경험이 있거나 김 위원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인물로 구성됐고, 공식수행원 9명중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과 리용호 외무상은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북으로 돌아갔다.
남측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사전행사로 남쪽 공연을 이끌었던 현송월 단장과 이에 대한 보답으로 북쪽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 무대에 오른 가수 조용필, 윤도현 등 남북 평화의 봄을 앞당긴 주역들도 함께했다.
만찬 공연을 위해 이날 북쪽에서 가수, 배우, 연주자 등 11명이 추가로 방남하기도 했다. 남북의 대표악기인 해금과 옥류금의 합주가 진행됐고, 북측 노래인 ‘반갑습니다’, 남측 노래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이 이어져 분위기가 고조됐다.
문 대통령이 먼저 환영사와 건배제의를 했다. 문 대통령은 “역사적 사명감으로 우리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매우 보람있는 하루였다”며 운을 뗐다. ‘길동무가 좋으면 먼 길도 가깝다’는 북측 속담을 인용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됐다”며 “함께 손잡고 달려가면 평화의 길도 번영의 길도 통일의 길도 성큼성큼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답사와 건배제의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자리를 함께해 감개무량함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니 기쁘고 가슴이 몹시 설렌다”고 말했다. 또 “오늘 합의한 대로 수시로 때와 장소에 가림이 없이, 격식 없이 문 대통령과 만나 우리가 갈 길을 모색하고 의논해나갈 것”이라며 “불신과 대결의 북남관계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함께 손잡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만찬 종료 후엔 평화의집 야외로 이동해 환송공연을 관람했다.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한 ‘하나의 봄’ 영상쇼가 평화의집 외벽 전면을 스크린 삼아 상영됐다. 아쟁 등 국악기가 협연해 우리 역사의 희노애락을 표현한 ‘아리랑’이 연주됐고, 사물놀이가 가세한 ‘새야 새야 파랑새야’로 이어졌다. 피날레는 동요 ‘고향의 봄’이 장식했다.
공연이 끝나자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 내외와 함께 차량이 대기 중인 곳으로 걸어가 북측 수행원들과 악수한 뒤 김 위원장 내외를 환송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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