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여성 선수들의 남성 호르몬 수치를 제한하겠다고 하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술수”라 강하게 비난하며 들고 일어섰다.
IAAF는 26일(이하 한국시간) “오는 11월부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선천적으로 많은 여자 선수들은 대회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호르몬 수치를 낮춰야 한다”며 “호르몬 수치를 낮추지 않은 여자 선수들은 남성 선수들과 경기를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남아공에서 IAAF의 규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 규제가 남아공의 여자 육상 800m 최강자 캐스터 세메냐(27)를 겨냥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세메냐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 은메달을 비롯해 2012 런던올림픽 여자 800m 은메달, 2016 리우올림픽 여자 800m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하지만 과거 테스토스테론이 보통 여성 선수보다 3배가 검출된 적이 있어 세계대회 출전 이후 세메냐는 줄곧 성별 논란을 일으켰다.
남아공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IAAF의 새로운 규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인종 차별을 드러내는 꼴”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을 퍼부었다. 더불어 “IAAF는 우수한 선수들을 배제하기 위해 아파르트헤이트와 똑같은 술수를 쓰고 있다. 이는 세메냐를 차별하려는 시도”라고도 밝혔다. 아파르트헤이트란 1994년까지 남아있던 남아공의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을 말한다.
남아공 육상연맹도 “IAAF가 또 차별적인 결정을 했다. 세메냐를 겨냥한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세메냐의 팬들은 소셜 미디어에 ‘#HandsOffCaster(세메냐를 가만히 둬)’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세메냐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하지만 IAAF는 “새로운 규제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적인 게 아니다. 연맹은 모든 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뛸 수 있도록 할 뿐”이라며 남아공에서 불거진 비판을 일축했다. IAAF는 2015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만든 적이 있지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세메냐는 IAAF의 규제 발표 이후 본인의 트위터에 “당신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97% 확신하지만, 나는 이를 100%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글을 남기며 규제에 괘념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순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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