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약식 의장대라 아쉽다
靑 오면 좋은 장면 보여줄 것”
金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 가겠다”
#
金 “많은 사람들이 분단선을
밟고 지나가면 없어지지 않겠나”
文 “27일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로 만남 이어졌으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정상회담 내내 상대를 존중하며 시종일관 호의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김 위원장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며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며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해서 왔고,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두 정상의 첫 만남부터 나눈 주요 대화들이다.
■군사분계선에서 첫 만남
김: 반갑다.
문: 오시는데 힘들지 않았나?
김: 아니,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문 대통령께서 이렇게 판문점 분계선까지 나와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이다.
문: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
(김 위원장 군사분계선 넘어와 기념사진 촬영)
문: (악수하며)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
김: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며)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두 정상 잠시 북측으로 월경 후 함께 남쪽으로 다시 넘어옴)
■공식 환영식장으로 이동하며
문: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 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
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
■평화의 집 1층 환담장에서
문: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나.
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서 왔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다.
문: 저는 불과 52㎞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보회의) 참석하시느라 새벽잠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 되셨겠다.(웃음)
문: 김 위원장이 특사단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
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게 더 잘 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우리의 오늘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걸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
문: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문: (환담장에 걸린 박대성 화백의 ‘장백폭포’와 ‘일출봉’ 그림을 가리키며) 왼쪽에 장백폭포가 있고 오른쪽에 일출봉 그림이 있다.
김: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
문: 나는 백두산에 안 가봤다. 중국으로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
김: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문: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ㆍ15, 10ㆍ4 합의서에 담겼는데 10년 세월에 그리 실천을 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서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의 큰 용단으로 10년간 끊어진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
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하지 못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며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생각했다.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 못할 수 있겠나 했다. 대통령을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친서와 특사로 사전에 대화해보니 마음이 편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선 아주 스타가 됐다. (좌중 웃음)
문: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서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가 시작한 지 1년 차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김: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 속도로 삼자.
문: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다.
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을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
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해서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문: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
■오전 정상회담 종료 후 평화의 집 1층 환담장에서
김: 제가 오늘 내려와보니까 이제 (문 대통령이 북으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다.
문: (웃음)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
김: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지요.
문: 아주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아주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선물이 될 것 같다.
김: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된 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찬 건배사
문: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 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참석자들 웃음)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북측에서는 건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위하여’라고 하겠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김: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많은 고심 속에 검토하시는 문 대통령님, 그리고 김정숙 여사님, 남측의 여러분들, 그리고 여기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건강을 위해서 잔을 들 것을 제안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