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비자 받고 깜짝 재입국
피츠버그 무급 제한선수로 훈련
약물예방-치료 과정 이수 의무
현지언론 “돌아와선 안돼” 비판
음주운전으로 인한 미국 비자 발급 불발로 야구 인생의 기로에 섰던 강정호(31)가 기약 없는 기다림 끝에 피츠버그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7일(한국시간)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가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 재입국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프랭크 쿠넬리 피츠버그 구단 사장은 “장기간의 노력 끝에 강정호가 미국에 다시 입국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를 빼앗긴 강정호가 지금까지 취한 준비과정에 고무됐으며 그가 조직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높은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 훈련 중인 강정호는 곧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피츠버그 복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비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요청한 음주운전 관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의 노사협약에 따른 음주운전 방지 관련 교육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연봉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한선수'로 묶어놓고, 훈련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 무엇보다 2016년 10월 3일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한 강정호가 경기 감각을 얼마나 빨리 되찾느냐가 관건이다.
현지 언론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론 쿡 기자는 이날 ‘강정호가 피츠버그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에서 세 차례나 음주 운전한 것으로 드러난 강정호가 비자를 받고 돌아온다고 한다. 앞으로 파이리츠 경기를 보러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강정호가 모는 차량을 만나면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가 (술에 취해) 사고를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팀 동료들은 강정호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피츠버그 포수 프란시스코 세르벨리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우린 강정호를 잊은 적이 없다. 팬들도 강정호를 사랑한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강정호가 팀에 합류했을 때 '집으로 돌아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KBO리그 넥센에서 뛰던 강정호는 2014시즌을 마치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피츠버그에 입단하자마자 첫해인 2015년 타율 2할8푼7리에 15 홈런, 58 타점을 기록해 주전 3루수를 꿰찼고 2016년에는 타율 2할5푼5리, 21 홈런, 62 타점으로 활약했다.
잘 나가던 그는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 사고를 냈고, 과거 두 차례 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미국 정부는 강정호의 취업비자 발급을 거절했고, 강정호는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지난 겨울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복귀를 기다리며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도미니카공화국 윈터리그로 보냈다. 강정호는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소속으로 뛰면서 24경기에서 타율 1할4푼3리, 1홈런으로 부진해 방출당했다. 비자 발급도 계속 미뤄지면서 앞날이 보이지 않다가 극적으로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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