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여의도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쾌거라며 환영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핵포기가 빠진 대국민 ‘위장평화쇼’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판문점 선언은 남북 긴장완화와 통일 여정을 밝히고 구체적 실천과제를 집대성한 역사적인 선언”이라며 “8천만 겨레와 함께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실로 가슴이 벅찬 이번 선언문이 온전히 실행될 수 있도록 당에서 열과 성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핵화 합의 내용과 관련해“남과 북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하고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향후 북미정상회담 성공의 기반을 다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내용에 대해선 “전쟁종식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판문점 선언이 이제 더 이상 분열과 갈등의 한반도가 아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가 왔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평화당은 논평에서 “판문점 선언은 6ㆍ15 남북공동선언, 10ㆍ4 선언에 이은 한반도 운명을 새로 개척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비핵화 합의 수준에 대해서도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적절한 합의”라고 했다. 정의당 또한 “오늘 선언으로 겨레와 세계가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의 희망을 얻게 됐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북한의 핵포기 선언이 빠진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합의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의 통일전략인 우리 민족끼리라는 주장에 동조하며 핵폐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발표문”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당은 논평에서도 “판문점 선언은 북한의 핵포기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구색을 맞췄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핵 폐기에 대한 약속 이행의 일정표가 없어 이번에도 공허한 시간벌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의 반응도 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은 입장문에서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건 의미 있다”면서도 “이번 합의 내용은 상당 부분 과거에도 합의됐던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이제부터 완전한 비핵화를 진전시킬 구체적 실행방안 합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핵무기ㆍ핵시설ㆍ핵물질의 처리방법과 시한, 국제기구 요구에 부합하는 사찰방식과 검증절차에 대한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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