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복 차림의 여유 보인 김정은
두 손으로 文 대통령 손 감싸
金, 전통의장대 사열에 호기심
서기년도 표기로 방명록 작성
27일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두 손을 맞잡았다.
오전 9시 28분. 판문점 북측 지역 판문각 1층 로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걸어 나왔다. 공식수행원, 경호진 등 20여명에 둘러싸인 김 위원장은 인민복 차림에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도보로 판문점 MDL까지 도달하는 데는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MDL 바로 앞에서 김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 9시 29분. 11년 만의 역사적인 악수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둘은 마주잡은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는다”고,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MDL을 넘었다. 두 정상은 북을 향해서, 이어 남을 향해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도 있었다.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하는 문 대통령 말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하고 전격 제안하면서다. 남측으로 넘어왔던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손을 이끌고 넘어갔다. 북측에서 둘은 다시 악수하며 환담을 나눴다. 김 위원장이 두 손으로 문 대통령 손을 감쌌다. 그리고 둘은 함께 MDL을 넘었다. 불과 수 분 만에 김 위원장은 3번이나 MDL을 넘었다.
두 정상은 이어 남측 육ㆍ해ㆍ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하며 걸었다. “앞으로 가.” 우렁찬 의장대 음악소리와 함께 속도를 맞춰 걸었다. 김 위원장은 주변을 둘러보며 전통의장대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행사 규모는 보통 국가 원수급 사열(370여명)보다 간소화(300여명)됐다. 예포 발사, 국기 게양, 국가 연주 등이 생략됐다. 통일부는 “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예우 수준에서 사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화의집 1층에서 김 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했다.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는 글귀가 흰 종이 위에 씌어졌다. 위원장 글씨는 20~30도 각도로 우측 상단으로 기울여져 있었다. 연도 표기는 ‘주체연호’(북한식 연도 표기법) 대신 ‘서기년도’로 했다. 문 대통령은 긴장된 표정으로 우측에서 지켰다.
이후 두 정상은 2층 회담장 2,018㎜ 타원형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남측에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측에선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ㆍ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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