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카운터파트’
文대통령, 김 부부장 가리키며
“남쪽서 아주 스타가 됐다” 농담도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북한 로열패밀리(백두혈통)의 일원으로서 거침없는 모습으로 실세임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북측 공식수행원 9명 중 유일한 여성인 김 부부장은 이날 치마 정장 차림으로 나왔다. 그는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김 위원장이 남측 초등학생들로부터 받은 꽃다발을 건네 받는 등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김 부부장의 동선도 남달랐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을 위해 레드카펫을 따라 걸을 때 따로 떨어져 있던 다른 북측 수행원과 달리 3m 정도 옆에서 근거리 수행했다. 김 부부장이 두 정상 뒤를 따르다 카메라 화면에 잡히자 ‘김씨 일가’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화면 밖으로 빼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자유로운 모습은 김 위원장의 전폭적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이 시종일관 환한 표정을 보인 점도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던 다른 수행원과 대조됐다. 문 대통령이 북측 수행원들과 악수할 때도 김 부부장은 생글생글 웃으며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평화의집 1층에 도착해 방명록을 쓸 때는 북한에서 가져온 만년필을 건네며 살뜰히 챙겼다. 1층 접견실에서도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앉아 만만치 않은 위상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정치 파트너로서 북한 의사결정 과정에 중요 역할을 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오전 3+3 정상회담에 참여하면서다. 남측에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대남 총책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 부부장이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이 서 원장의 카운터파트라면 김 부부장은 임 실장을 상대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대남 특사로 방한했던 김 부부장에게 친근함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집에서 가진 사전대담 시간에 김 부부장의 2월 방남을 언급하며 “남쪽에서 아주 스타가 됐다”고 농담을 했고, 장내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김 부부장도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또 “김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萬里馬)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북의 통일 속도로 삼자”고 말해 김 부부장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소속임을 밝혔다. ‘만리마 속도전’은 “하루 만 리씩 달리는 속도로 일하자”는 뜻의 선동 용어로, 선전선동부는 주민들에 대한 사상 교육과 체제 선전을 전담하는 당 핵심 부서다.
판문점=공동취재단 ㆍ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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