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정상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났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하는 사이 두 차례의 파격을 보여줬다.
첫 번째 파격은 군사분계선 위에서 나왔다. 오전 9시27분경 판문각을 나와 도보로 T2와 T3 사이 군사분계선 앞에 선 김 위원장은 예정된 일정대로 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후 도보로 군사분계선을 넘었고 북측과 남측을 번갈아 바라보며 사진 취재에 응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두 정상이 곧바로 사열대 쪽으로 이동해야 했지만 김 위원장은 돌아서는 문 대통령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몇 마디를 주고받은 두 정상은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향했고, 포즈를 취한 다음 다시 함께 남측 지역을 향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두 차례나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이어진 국군 의장대 사열 직후 두 번째 파격이 나왔다. 양측 수행원과 인사를 나눈 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평화의 집으로 안내하려 하자 김 위원장은 또 다시 문 대통령에게 뭔가를 제안했고, 두 정상은 수행원들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리고 남북 수행원들과 함께 사열대 계단에 선 채로 기념촬영을 했다. 청와대의 환영행사 일정에는 두 정상이 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곧바로 회담장이 있는 평화의 집으로 향해 방명록을 작성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은 두 정상의 만남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만큼 자신이 회담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첫 만남부터 정식 회담이 시작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얼굴은 긴장한 듯 상기해 있었고 문 대통령은 시종일관 미소로 화답하며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제안을 모두 수용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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