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이례적 신속 보도
만찬 등 일정 넣었다 30여분 뒤 수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27일 새벽 평양을 출발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환영 만찬 등 구체적인 일정을 한때 기사에 포함시켰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6시 31분 “김정은 동지께서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을 위해 4월 27일 새벽 평양을 출발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은 민족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측지역에서 진행하게 된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4월 27일 오전 9시(남한 기준 9시 30분) 판문점 분리선을 넘으시어 문재인 대통령과 상봉하시고 역사적인 회담을 하시게 된다”고 밝혔다. 최고 지도자의 동선을 시간대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해 사전 공개하는 건 북한 매체로서는 드문 일이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나서는 제반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가 남북 정상회담 시간과 의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건 처음이다.
통신은 이어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기념식수를 하시고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 결과를 발표하시게 되며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신 후 평양으로 돌아오시게 된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같은 내용의 ‘본사정치보도반’ 명의 기사를 1면에 게재했다.
그러나 통신은 30여분 뒤인 오전 7시 7분 수정된 기사를 다시 올렸다. 앞서 출고한 기사는 삭제했다. 기념식수, 회담결과 발표, 만찬 참석 등 일정이 삭제됐고, 대신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는 27일 오전과 오후에 이어 밤까지 북남 수뇌상봉과 회담 일정을 마치신 후 평양으로 돌아오시게 된다”는 문장이 들어갔다. 북한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도 식수, 회담 결과 발표, 만찬 참석 등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두 정상회담에서 북한 매체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남한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사실을 시차를 두고 보도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보도를 볼 때,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장면을 북한에서도 TV 생중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연장되며 김 위원장이 개성에 있는 전용 별장 에서 숙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이날 통신이 ‘밤에 돌아온다’고 명시함에 따라 개성 숙박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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