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교수 “검증 가능한 ICBM 해체 바랄 것”
북한도 당 결정서 “ICBM 시험발사 중지” 공언
“文대통령, 北 비핵화 의지 서면 확인 원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를 우선 요구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에 의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ICBM 폐기 약속을 통한 비핵화 의지의 표명 가능성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문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의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대담에서 “미국의 주요 우려 사항이 미국 본토까지 올 수 있는 ICBM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ICBM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해체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성과를 안고 돌아가 미국이 안전해졌다고 (선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2~3년 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찰단 수용이나 핵 폐기 검증 같은 일에는 기술적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다. 국내 여론에 호소할 수 있는 단기 성과를 트럼프 대통령이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도 이를 비핵화 협상 카드로 쓸 의지가 아예 없지는 않은 듯하다.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를 통해 “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점에서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한 양측의 비공개 조건 조율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 결과 아니겠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북한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이자 큰 진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도 당장은 북미 간 이해관계 접근을 한반도 비핵화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조언이다. 대담자로 참석한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북한이 ICBM을 포기해도 중ㆍ단거리 미사일은 여전한 위협 요소’라고 지적하자, 문 교수는 “지금은 북한의 핵무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중ㆍ단거리 미사일 같은 재래식 무기는 긴장이 해소되고 신뢰를 쌓은 과정을 거치면 군비 통제 차원에서 다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교수는 대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서면으로 확인 받기를 원할 것 같다”며 “남북 양측이 (정상회담에서) 핵과 평화 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양국의 경제 관계에서 발전이 있기 어렵다는 메시지가 북한에 전달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고양=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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