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군사분계선 넘어 역사적 만남
전통의장대 호위받으며 도보 이동
의장대 사열ㆍ방명록 서명 후 환담
오전 회담후 오찬은 별도로 진행
정주영 회장 방북했던 소떼 길에
1953년생 소나무 식수 ‘화합 다짐’
오후 6시30분 만찬후에 귀환 길
2018 남북 정상회담 세부 일정이 공개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소나무를 심는 장소인 ‘소떼 길’, 친교행사를 준비 중인 ‘도보 다리’ 등 판문점 내 장소들이 눈길을 끈다. 26일 공개된 정상회담 일정 및 정상들의 동선에는 남북 분단의 역사를 새로운 평화의 길로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27일 오전 9시 30분 남북 정상은 판문점 내 T2(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T3(군사정전위 소회의실) 사잇길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만난다. 판문점 북측 통일각과 남측 자유의집 사이 하늘색 건물이 T2, T3이다.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임시(Temporary) 건물이란 의미에서 약자 T를 사용한다. T1 건물은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이다. 남북을 가르는 MDL은 T2와 T3 건물 사잇길 바닥에 높이 5㎝, 폭 50㎝ 콘크리트 턱으로 표시돼 있다.
최근 남북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릴 때는 대표단이 주로 T1과 T2 사이를 오갔다. T2와 T3 사이를 오간 대표적 경우는 1989년 8월 제13차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참가했던 임수경 전 의원 귀환과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방북 때다.
MDL을 넘어온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곧바로 군 전통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공식 환영식이 열리는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사이 판문점 광장으로 이동한다. 지난해 10월 국빈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청와대 도착 과정에서 차량을 탄 채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남북 정상이 전통의장대 호위 하에 도보로 이동한다는 점이 차이다.
의장대 사열 규모는 정식 행사 때 300여명에서 150여명으로 줄고, 예포 발사나 국가 연주, 국기 게양 등은 생략될 것으로 알려졌다. 협소한 판문점 공간과 특수한 남북관계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도 북측 육해공군 의장대를 사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첫 방남하는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예우와 답례 차원이라는 것이다.
오후 행사 중엔 남북 정상이 MDL 인근에서 소나무를 함께 심기로 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판문점 T3 건물 옆 차량 통행용 도로는 1998년 6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했던 것을 기념해 소떼 길로 불린다. 이번에는 소떼 길 옆에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소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다. 특히 소나무 식수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섞어 사용하고, 식수 후 김 위원장은 한강수를,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주기로 하는 등 남북 화합이 강조됐다.
공동 식수 이후 남북 정상들은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 다리까지 친교 산책을 하는 일정을 준비 중이다. 도보 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판문점 회담장과 중립국감독위 사무실을 오가는 동선을 줄이기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든 길이 50m 정도 되는 다리다. 유엔사에서 ‘풋 브릿지(Foot Bridge)’라고 부르던 것을 그대로 번역해 도보 다리로 칭하게 된 것이다. 도보 다리는 폭이 좁아 두 사람이 나란히 지나가기도 어려웠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확장 공사를 해 성인 두 명 정도 걸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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