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출자 전환 등 63억달러 투자
산은, 예상 넘는 8100억원 투입
지분 매각 10년 금지ㆍ비토권 부여
제너럴모터스(GM)와 KDB산업은행이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총 7조6,000억원(70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먹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GM이 한국GM의 지분을 10년간 팔지 않는 안과 주요 사안에 대해 산은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비토권)를 행사하는 안도 정상화 방안에 담겼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6일 GM의 2인자인 댄 암만 GM 총괄사장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의 한국GM경영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산은은 “조건부 금융제공 확약서(LOC)를 27일 GM에 발급할 예정이며 5월 초 최종 실사 결과를 확인한 뒤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확약서를 다시 발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이 내놓은 조건부 LOC에 따르면 GM은 ▦기존 한국GM의 빚(27억달러)은 전부 출자전환하고 ▦신규 자금 투입 규모는 처음 제시한 23억달러보다 13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 총 63억 달러의 투자를 하는 것이다. 산은 역시 신규투자에 있어선 17%의 지분율 만큼 투자하기로 함에 따라 당초 예상액(5,0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가 늘어난 8,100억원(7억5,000만달러)을 한국GM에 투입하게 된다. 혈세 지원 논란이 벌어질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로 한국GM이 조기에 정상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판단이 정부와 산은 내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또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거부권과 ‘10년 이상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내용을 장기 투자계획서에 담아 달라고 GM에 요구했고, GM도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GM이 출자전환을 하면 산은의 지분이 현재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지분과 상관없이 산은에 비토권을 부여할 것인지, 아니면 비토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율을 현 15% 이상에서 그 이하로 조정할 것인지 등은 계속 협상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최종 협상 시까지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하기로 GM측과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GM은 그러나 장기간 한국GM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국내에서 배정해달라고 한 정부의 요구는 사실상 거부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암만 사장과 면담을 가진 후 “군산에서 미래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정부가 제안했지만, GM은 올해 전 세계 전기차(볼트) 생산량이 3만5,000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국 생산을 약속할 수 없다고 답했다”며 “나중에 전기차 양산규모가 20만∼30만대가 되면 언젠가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GM 노사도 회사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GM은 이날 2018년 임금ㆍ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진행된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1만1,987명 중 1만223명이 참여(투표율 85.3%)했고, 이중 6,880명(67.3%)이 찬성해 최종 가결됐다. 카허 카젬 사장은 “노조가 회사 정상화 계획에 동참해 준 데에 감사하며, 앞으로 한국정부와 산업은행 등 이해관계자의 지원을 구하고자 지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사 합의안에 담긴 군산공장 680명 직원에 대한 전환배치도 시작됐다. 2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2차 희망퇴직 접수에는 30명 가량이 신청했다. 이들은 1차 희망퇴직 확정자와 함께 5월 말 퇴직하게 된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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