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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은 깊은 밤에?... 홈쇼핑의 생활리듬 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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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은 깊은 밤에?... 홈쇼핑의 생활리듬 공략법

입력
2018.04.26 18: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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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들 여유롭게 TV 시청

주말 심야에 해외여행 광고 몰려

고객 절반 이상이 50대인 새벽엔

혈액 순환제, 안마 매트 등 판매

다른 채널 드라마 끝날 때 맞춰

방송 나왔던 종류 상품 내놓기도

[저작권 한국일보] 홈쇼핑 편성표 김민호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 한국일보] 홈쇼핑 편성표 김민호기자,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김 모씨는 주말 심야 시간에 TV 채널을 돌리다 한 홈쇼핑 방송에서 이번 여름에 떠날 수 있는 동유럽 여행 상품을 파는 것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가격은 인당 200만원대로 다소 비쌌지만 TV를 통해 소개되는 유명 여행지를 아내와 함께 거닐 수 있다고 생각하니 돈이 별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 씨는 “느긋한 마음에 아내와 TV를 보다 여행 상품을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여름 여행 계획을 함께 짜게 됐다”며 “홈쇼핑 회사들이 왜 주말 심야 시간에 주로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체들이 시간대별로 주 시청자층이 다른 점을 고려해 세심하게 맞춤 편성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26일 홈쇼핑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 업체들의 새벽 시간대 고객 비중은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는 혈액 순환제, 안마매트, 간 기능 강화제 같은 장년ㆍ노년층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상품들이 주로 화면에 등장한다.

김교진 신세계TV쇼핑 마케팅팀장은 “다른 시간 때에도 건강 기능 식품을 판매하지만 매출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대는 이른 새벽에서 아침 시간”이라며 “건강식품 판매 업체들도 이 시간대 판매율이 높기 때문에 아침 시간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심야는 40대 이하의 젊은 소비자층이 홈쇼핑을 주로 시청한다. 요일이나 계절에 따라 편성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핸드백, 선글라스 등의 패션잡화나 남성용 정장 여성용 외출복 등 유행에 민감한 제품들이 주요 홈쇼핑 업체들의 편성표에 자리 잡고 있다.

심야 시간에 방송되는 해외여행 홈쇼핑 상품. 방송화면 캡처
심야 시간에 방송되는 해외여행 홈쇼핑 상품. 방송화면 캡처

또 오전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회사나 학교로 가고 난 뒤 혼자 TV를 보는 주부 시청자층을 위해 여성용 화장품이나 이ㆍ미용품이 주로 판매된다. 오후에는 저녁이나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주부들을 위해 돈가스나 양념갈비 등 주로 먹을거리 식품이 방송된다. 값비싼 여성용 명품 제품이 이 시간에 판매되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40대 이상 주부 시청자층의 이목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시간뿐 아니라 특정 요일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제품도 있다. 바로 해외여행 상품이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함께 TV를 여유롭게 시청하는 주말 심야 시간에 해외여행 상품을 주로 판매한다. 이 시간이 여행 상품을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TV를 시청하면서 여행 계획을 짜기 좋기 때문이다.

진우형 CJ오쇼핑 편성팀 과장은 “여행상품의 경우 주말 심야 시간대에 가장 높은 판매율을 올리고 있다”며 “주중에 바빴던 일을 뒤로하고 여가, 휴식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이 시간 때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맞춤 편성 전략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몇몇 홈쇼핑 업체들이 종편 채널의 건강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특정 식품을 비슷한 시간대에 판매하다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불공정 거래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타 방송국 프로그램에 맞춰 상품 판매 편성을 했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지만, 협력업체 또는 타 방송사와 부정한 거래가 있었는지 방통위가 조사했다”며 “그 일이 있고 난 뒤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아이템을 홈쇼핑에서 판매하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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