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놀이는 봄이나 가을 소풍날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다. 짝짓기 놀이를 하면서는 계속 불안하고 긴장되었다. 그쯤 되면 놀이가 아닌 듯한데 언제부터 무슨 연유로 그런 놀이가 시작되었는지 이제 와 궁금하다.
교사가 숫자를 부르면 학생들은 그에 맞춰 삼삼오오 짝을 짓는 게 게임의 법칙이다. 내가 중심이 되어 인원을 모을지, 인원을 더 구하는 무리로 뛰어갈지 재빨리 결정해야 한다. 여러 무리의 인원을 정확하게 훑으며 어느 무리에 합류하는 게 최종 인원을 맞추기 쉬울지 계산해야 한다. 마지막 한 명이 필요한 자리로 뛰었는데 동시에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면 거부당할 수도 있다. 자신을 끼워달라고 떼를 써 봐야 시간만 흐를 뿐이다. 또 다른 무리를 찾아 얼른 뛰어가야 한다. 옹벽을 둘러친 성같이 점점 완성된 무리를 이루어가는 친구들 사이를 헤매며. 불필요한 소외감을 만들어내는 참 잔인한 놀이다.
이 시의 어린이는 짝짓기 놀이에서 친구를 밀어낸 자신을 반성한다. 하지만 어린이는 게임의 법칙대로 따랐을 뿐 별 도리가 없었다. 형이 누구나 다 그러하니 괜찮다고 위로하듯이. 게임의 법칙을 자연의 법칙인 표면장력과 동등하게 둘 필요는 없다.
‘맛있는 수학파이’는 ‘행복한 공약수’, ‘진분수 가족’, ‘달콤한 가분수’ 등 수학 개념을 소재로 한 동시와 ‘눈물의 줄기세포’, ‘원심력 대 구심력’, ‘우리 반 가시광선’ 등 과학 개념을 소재로 한 동시로 구성된 동시집이다. 수학, 과학 개념과 어린이의 일상을 연결시킨 동시들을 읽으면 다른 일상들도 하나씩 떠오른다. 오늘 남북정상회담 이후 지금까지 서로를 밖으로 밀어냈던 게임의 법칙 대신 표면장력 같은 또 다른 법칙들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면···. 내가 살기 위해서 말이다.
“엄마가/다른 나라 사람이라고//새까만 얼굴빛이/우리랑 다르다고//친구들을 끌고 다니며/자꾸만 민수를 밀어내는/종태 그 자식//자석이/서로 다른 극 끌어당겨/장난감 기차 만드는 거/흰 돌 검은 돌 착착 붙는/바둑판도 만드는 거/시험만 보고 다 까먹은 거다//(「자석」 중)”
N극과 S극은 서로 달라 마냥 밀어내는 게 아니라 서로 달라 장난감 기차와 바둑판을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북한과 남한이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기찻길을 잇고, 동북아 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이제 더 이상 막연한 희망은 아닌 듯싶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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