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폐쇄를 공언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사용불능 상태라는 주장이 중국 학자들로부터 나왔다. 이에 따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원롄싱(溫聯星) 중국과학기술대학 교수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풍계리 핵실험장이 지난해 9월 제6차 핵실험 이후 함몰돼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WSJ는 “풍계리 지역에서 추가로 핵실험을 할 경우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원 교수 연구진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6일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인근에서 소규모 지진이 세 차례 발생한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붕괴 가능성을 높인다”는 원 교수 연구진의 주장을 실었다. SCMP는 또 “풍계리 핵실험장 붕괴로 산 정상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낙진이 공기 중으로 빠져날 수 있게 하는 ‘굴뚝’이 만들어졌다”는 지린(吉林)성 지진국 소속 류쥔칭(劉軍淸) 연구팀의 보고서도 소개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주장이다. 중국 연구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미국 등을 향해 실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된 핵실험장을 선심 쓰듯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우리가 아는 한 여전히 완전가동 상태에 있다”며 사용불능 상태라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38노스는 “6차 핵실험 이후 북쪽 갱도는 버려졌지만 대신 굴착공사를 진행해온 서쪽과 남쪽 갱도에서는 앞으로도 핵실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38노스는 서쪽 갱도의 굴착공사가 3월 중순부터 축소된 데 대해선 정치적인 변화의 반영으로 해석했고, 남쪽 갱도에 대해선 다른 갱도에 비해 인원과 차량 이동이 적었지만 언제든 핵실험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평양이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 핵실험에 쓰일 수 있는 2개의 갱도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북핵 전문가인 후싱더우(胡星斗)는 “정보의 한계로 인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북한은 중국을 비롯해 국제사회 전문가들의 현장조사를 허용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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