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 설치된 전파교란 장비에 대해 중국에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갖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군복차림으로 해상열병식을 사열하는 등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베트남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6일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레 티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전전날 기자회견에서 “비엔동 분쟁 해역에 설치된 중국의 전파교란 장치가 베트남의 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비엔동(Bien Dongㆍ동해)으로 일컫는다. 그는 또 “스프래틀리 군도(중국 난사군도ㆍ베트남명 쯔엉사군도ㆍ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의 미스치프 암초와 피어리 크로스 암초 지역에 전파교란을 일으키는 중국의 전자전 장비 설치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북쪽 이웃(중국)에 해당 장비를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중국이 스프래틀리 군도의 인공섬에 항해 선박과 항공기의 통신, 레이다를 교란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공개된 민간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의 사진에 따르면 미스치프 암초에 안테나를 갖춘 전파교란 추정 시스템이 구축됐다. 미스치프 암초는 스프래틀리 군도에서도 동쪽에 치우쳐 있으며 필리핀과는 230㎞ 떨어진 암초다. 2014년 이후 중국이 수중 암초에 콘크리트를 매립해 요새화한 7개 인공섬 가운데 하나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물론 말레이시아와도 근접해 있다.
베트남 정부는 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특정 행위들을 이례적으로 열거하며 비난했다. 항 대변인은 “중국은 파라셀 군도 해역에서 요트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특수 선박(You Lian Tuo 9)을 동원해 수중암초 위에 기지를 건설하는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해당 해역은 베트남 영해”이며 “중국의 행동은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 등 양국이 합의한 기본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지역 안정과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의 이례적인 대중 강경 반응은 중국 선박들의 베트남 어선 공격사건으로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 20일 파라셀 군도 근처에서 베트남 어선들이 중국 선박 2척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침몰, 베트남 어선 어부 6명이 구조됐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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