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여자
벨마 월리스 지음ㆍ김남주 옮김
이봄 발행ㆍ176쪽ㆍ1만2,000원
‘사십년만 젊었더라면 저 녀석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일흔 다섯의 노인 ‘사’는 반나절 넘게 쫓은 황소사슴을 결국 놓치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정말로 그랬을 것이다. 자신이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노인은 40년 전의 감각을 기억해 내 사냥을 하고, 동물의 털과 가죽으로 옷을 만든다. ‘두 늙은 여자’는 여든 번의 겨울을 난 ‘칙디야크’와 그보다 5세 어린 사의 생존기를 그린 소설. 알래스카 아타바스칸족 작가인 벨마 월리스가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알래스카 인디언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은 책이다. 겨울 기근으로 모두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부족은 ‘쓸모 없는’ 두 노인을 얼어붙은 벌판에 버려두고 떠난다. 잠시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두 노인은 부족의 결정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내며 스스로 성장기를 다시 쓴다. 엄청난 갈등이나 반전 없이 노인들의 모험에 몰입하게 만든다. 단순히 노인 공경을 외치는 것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가치 재발견을 이야기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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