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법원이 정부 비판 성향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직원 14명에게 테러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따르면 이스탄불 법원은 25일(현지시간) 줌후리예트 직원 14명에게 최소 2년 6개월에서 최대 7년 6개월에 이르는 징역 판결을 내렸다. 편집국장 무라트 사분주와 유명 탐사보도 기자 아흐메트 시크가 7년 6개월형을 받았다. 약 500일간 구금 상태였던 아큰 아탈라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3명은 석방됐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들이 정부가 테러 집단으로 분류한 단체를 지지하는 보도를 냈다는 이유로 이들을 기소했다. 문제가 된 정부 지정 테러집단은 터키 내 쿠르드 정치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과 극좌 성향 혁명인민해방당-전선(DHKP-C), 그리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실패한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지지하는 ‘귈렌주의자’ 단체다.
사분주 편집국장은 “어떤 처벌도 우리들이 언론 활동을 하는 것을 막을 순 없다”라며 “필요하다면 다시 감옥에 가는 것을 각오하고라도 언론 활동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아탈리아 최고경영자도 석방 직후 “우리가 항상 말했지만 그들은 줌후리예트를 겁박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계속 진실을 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줌후리예트는 재판 결과를 헤드라인으로 내걸면서 터키 정부를 향해 “역사 앞에 부끄러울 것”이라고 적었다.
줌후리예트는 터키 건국 초기에 설립된 세속주의 성향 일간지로 에르도안 대통령과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수시로 비판했다가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혀 집중 수사를 받았다. 줌후리예트는 2015년 국경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상을 수상했고, 체포 영장이 발부된 채 독일에서 도피 생활 중인 잔 뒨다르 전 편집국장은 2016년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국제 언론자유상을 수상했다.
터키 정부는 2016년 쿠데타 이래 선포된 비상사태를 현재까지 연장하고 있다. 터키의 서구 동맹 국가와 인권단체들은 터키 정부가 비상사태를 반대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자유 감시 단체 P24에 따르면 터키에서 언론인 160명 이상이 수감 중이다. 25일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8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터키는 180개 국가중 157위를 기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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