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만날 판문점 평화의집 회담장이 공개되면서 역사적 정상회담의 순간이 한층 실감나게 다가왔다. 과거 두 차례 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두 정상이 동시에 입장하며 마주 앉을 테이블도 화합의 의미를 더해 라운드 형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궁궐의 교각 난간 형태를 모티브로 두 개의 다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상판의 의미를 극대화할 만한 풍성한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남북이 회담을 이틀 앞두고 판문점에서 합동 리허설까지 마치면서 회담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세가지로 이미 정해져 있다. 북한이 앞서 선제적으로 핵동결을 선언하고 1차적 비핵화 조치에 돌입함으로써 남북이 큰 틀에서 비핵화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우호적 분위기는 조성됐다. 나머지 두 의제에서도 남북 군사 대결 종식 선언이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 철수 등의 가시적 합의를 기대해 본다.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남북의 상설 연락사무소를 판문점에 설치ㆍ운영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는 소식인데 북한이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번 회담은 특히 북미 회담의 사전 회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북미 비핵화 담판을 중재할 여지를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핵화 실행을 둘러싼 간극이 있긴 하지만 여건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로 부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열려있고(open) 정직하다(honorable)”는 표현을 써가며 정상회담을 “매우 긍정적(positive)”으로 기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언론 등 조야에서 북미 회담 성과에 대한 비관론이 번지는 가운데 “북한과 협상에 성과가 있을 거라는 낙관론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전망도 고무적이다.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댈 일은 아니지만 한반도 안보 환경이 일단 비핵화 및 평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만은 분명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다음달 중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잡은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을 구체화할 방안을 논의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동결 선언을 실마리 삼아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과 북한의 단계적 해법의 간극을 좁히는 비책을 찾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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